
그렇다면 재정부는 왜 열석발언권을 행사했을까? 일단 두 가지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나는 금통위가 조만간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읽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부가 여전히 정책금리 인상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금통위 직후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의 정책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이라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출구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선 출구 근처에 가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또한 1월 회의를 앞두고는 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2월 금리 인상설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재정부도 나름대로 몇 가지 급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금호그룹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비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12월 금통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2009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데 탄탄한 발판이 돼 주던 환율 측면의 지원이 사라져가고 있다. 글로벌 출구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굳이’ 지금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반영된 듯싶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생각이 늘 같을 순 없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큰 목표야 같겠지만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좋지 않다.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과거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던 원동력 중 하나라는 점을 인식하고, 한국은행은 위기 상황에서 전체 경제 정책의 결과에 대해 정부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서 이 간극을 좁혀 가야 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