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현실 혼동…“판도라에 살고 싶다” 자살충동도
‘아바타’ 우울증(blues)?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차원(3D·입체)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에서 13억4000만 달러를 벌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 영화에 빠져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CNN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이 영화는 언옵타늄이라는 광물을 빼앗으려는 인간과 가상의 행성 ‘판도라’에 사는 파란색 외계 생명체 나비(navi)족의 대결을 그린 블록버스터다.
팬사이트인 ‘아바타포럼’에는 ‘판도라를 꿈꾸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대처법’이라는 제목으로 1000개 이상의 관련 글이 올라 있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필립 바그다사리언 씨는 “난 그런 생각이 안 들었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우울해지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며 “지구인이 이곳에서 가질 수 없는 이상향을 영화가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도라처럼 완벽한 세상에 살고 싶다는 희망과 지금의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욕망이 공존하며 특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허구일 뿐인 영화에 관객들이 이런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완성도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4억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캐머런 감독이 개발한 촬영장비 ‘이모션 캡처’를 통해 가짜일 뿐이었던 판도라는 더욱 그럴듯한 세상으로 탈바꿈했다. 정신과 의사인 스티븐 켄자이 씨는 “이 영화의 특수효과가 너무 진짜 같아 관객들로 하여금 판도라라는 외계 세계를 직접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며 “이로 인해 몇몇 관객은 극장을 떠나며 현실과 영화 사이에서 분리불안장애를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