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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지방팀 챔프 5~7차전’ 서울 유치 유감

입력 | 2010-01-13 03:00:00


프로농구 정규시즌 순위를 보면 상위 5개 팀 모두 지방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다. 공동선두 모비스(울산)와 KT(부산)를 비롯해 3위 KCC(전주), 4위 동부(원주), 5위 LG(창원)로 채워졌다.

시즌 초반부터 일찌감치 상하위 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지방 팀 강세는 막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4월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지방 팀들이 자기 안방에서 홈 팬들의 축하 속에 우승을 확정짓는 짜릿한 장면은 볼 수 없을지 모른다.

한국농구연맹(KBL)이 11일 이사회에서 지방 연고 두 팀이 챔프전에 오를 경우 5∼7차전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KBL은 “체육관 시설과 관중 수용 규모를 감안해 농구판 전체를 키운다는 대승적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7년 프로 출범 후부터 강조한 도시 연고제의 근본을 흔드는 결정치고는 명분이 약해 보인다.

평소 홈경기를 찾아 변함없는 애정을 보인 지방 팬들의 볼 권리를 빼앗은 처사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KBL이 아니라 SBL(서울농구연맹)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체육관 시설이 열악한 원주와 전주는 챔프전 같은 대형 이벤트를 유치하면서 인프라 개선이라는 지역 여론을 일으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프로야구는 구장 규모, 연고지 등을 따져 한국시리즈 5∼7차전 장소를 결정한다. 지난해 KIA는 잠실에서 SK를 꺾고 우승을 결정지었다. 당시 잠실 경기의 평균 입장 수입은 5억6000만 원으로 KIA의 홈인 광주에서의 2억2500만 원의 두 배가 넘었다.

반면 농구는 서울 이전에 따른 관중과 수입 증가 효과는 미미하기에 실익도 적다. KT의 홈인 부산 사직체육관은 1만4000석 규모여서 오히려 잠실(1만3000석)을 웃돈다. KBL의 서울 경기 방침이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KBL은 “일단 한두 해 해본 뒤 결과가 나쁘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땜질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