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영 감독'.
2001년 5월 3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륙간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이 프랑스에 0-5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대패의 원인을 묻는 질문 공세에 당시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 말이 걸작이었다.
이후 히딩크 감독에게는 '오대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히딩크 감독이 결국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내서 그런지 당시 상황을 다시 반추해보면 히딩크 감독이 "휴가를 다녀오지 못해서 졌다"라는 변명 아닌 변명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한국축구대표팀은 2001년 1월 24일 노르웨이와의 칼스버그컵 경기를 시작으로 6월3일 대륙간컵 호주전까지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만 11경기를 줄기차게 치러오고 있었다.
여기에 '공포의 삑삑이'로 불렸던 체력훈련까지 병행하고 있었으니 정작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몸이 무거워 제대로 뛰지 못했던 것.
한국은 10일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4로 패했고 13일 열린 현지 프로팀인 플래티넘 스타스와의 평가전에서도 0-0으로 무승부에 그쳐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잠비아와의 경기를 TV로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은 "한국의 월드컵 본선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잠비아보다 전력이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잠비아에게도 저렇게 몰리니 큰일"이라며 벌써부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코치와 감독으로서 월드컵과 올림픽 등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허정무 감독은 6월 월드컵 본선에 맞춰 차근차근 훈련 일정을 진행 중이다.
단 허 감독이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2002년에는 월드컵 본선을 3개월 앞두고는 축구대표팀의 전력이 본궤도에 올라 거의 지는 경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허정무 호'도 3월 3일 열리는 코트디부와르와의 평가전부터는 뭔가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남아공에 이어 스페인 전지훈련을 거쳐 25일 귀국한 뒤 다시 30일부터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축구대표팀.
이후 2월 한 달간은 "열심히 일한 허 감독, 이제 떠나서 휴식을 취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