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고용률은 70%가 넘는다. 유럽연합(EU) 중 15개국은 올해 고용률 목표를 70%로 잡았다. EU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 통합을 기반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역동적인 지식기반경제를 구축한다’는 리스본 전략에 따라 실업률보다 고용률을 주로 본다.
우리나라가 고용률을 70%로 높이려면 취업자를 450만 명 정도 더 늘려야 한다. 까마득한 목표다. 그래도 실업률(3.6%)은 낮은 편이라고 자위할지 몰라도, 한 나라의 고용기반이 얼마나 넓고 튼튼한지 보여주는 것은 고용률이다.
중도실용이 됐건, 친서민이 됐건, 선진화가 됐건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답이 없다. 사회 양극화도 정부가 세금 주머니를 꿰차고 여기 찔끔, 저기 찔끔 나눠주고 보태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고용효과 외면하는 ‘반대의 함성’
그보다 일자리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면 복지 예산을 더 늘리지 않더라도 분배 개선과 사회 통합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여당을 철천지원수처럼 대하는 야당도 ‘일자리’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어제 이명박 정부를 향해 “나랏일 할 생각은 않고 세종시 원안 폐기에 다 동원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나랏일로 꼽은 것은 “일자리 만들고 서민경제 살리고”였다.
사흘 전 정운찬 총리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은 고용창출 효과를 24만6000명으로 제시했다. 행정부처 이전 중심의 원안(8만4000명)보다 16만 명 이상 많다. 결코 적은 일자리가 아니다.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간다고 해도 전체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공무원이 근무지를 옮길 뿐이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파는 수정안을 ‘원안+α’ 중의 ‘α’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억지다. 굳이 원안대로 한다면 25만 명에 가까운 고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지역발전에 관한 세계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정부기관 유치를 통한 ‘외생적 발전’은 효과가 거의 없고, 기업을 통한 ‘내생적 발전’이 고용 창출 등 연관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대해 “일자리 만들 생각은 않고”라고 비난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공세다.
일자리 내놓으라고 고함치면서 다른 한편으로 고용 창출을 가로막는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설립 반대, 미디어법 개정 반대가 그렇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도 새로운 일자리를 박차는 행위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반대하는 것도 결국 기업들의 자유로운 고용 증대를 방해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자격사 제도, 즉 각종 자격증 시장의 독점구조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여지를 없애버린다. 대학들이 고용시장 수요에 맞춰 교과를 개편하고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구인(求人)과 구직의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고, 이것이 고용 증대로 연결될 것이다. 하지만 교수사회의 기득권이 이를 어렵게 한다.
이념에 막히고 기득권에 밀리면
일자리 창출은 어느 면에서 기득권과의 전쟁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여러 기득권 집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양보를 얻어내느냐에 따라 일자리 시장을 얼마나 더 키울 수 있을지 판가름 난다. 정부나 정치권이 기득권 집단을 포퓰리즘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새로운 일자리는 멀어진다.
배인준 논설주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