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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양동윤]무시못할 영화 ‘투모로우’의 경고

입력 | 2010-01-14 03:00:00


김연아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의 신기록 수립 소식은 온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 준다. 그렇지만 우리를 몹시도 불안하게 하는 기록도 있다. 25.8cm. 새해 첫 출근일인 4일 서울지역 폭설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에 앞서 2004년 3월 5, 6일 대전과 중부지방 적설량이 49.0cm로 사상 최고 기록을 냈다. 필자는 정부대전청사에서 회의가 있어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1시간 반 정도 걸어야 했다. 서울에서 오던 여교수는 30여 시간이나 고속도로에서 발이 묶였다.

당시 대전시내와 근처 고속도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로 만든 ‘투모로우’라는 영화가 발표돼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최근 북반구는 한파와 폭설로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빙하기 도래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솔솔 나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약 250만 년 전, 인류가 출현한 뒤에 전 지구적 빙하기와 간빙기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 현재는 간빙기에 와 있다. 이런 기후변화의 주된 요인은 태양과 지구의 공전궤도와 관련된 일조량의 변화이다. 여기에다 지각운동 빙하 식생 해수순환 대기순환 온실가스 등 매우 다양한 인자가 서로 상생과 상쇄 작용을 함으로써 기후변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지구는 90만 년 전까지는 4만1000년 주기로, 그 이후부터는 10만 년 주기로 온난과 한랭기후가 반복되며 서서히 냉각됐다. 1만5000년 전에서 1만1000년 전 사이의 기후변화 연구에 따르면 온도차가 섭씨 5∼6도에 이르는 온난과 한랭 기후변화가 1∼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급격히 일어났던 흔적이 밝혀졌다. 1만 년 전 이후의 간빙기 동안에도 냉각기(8200년 전) 중세 온난기(900∼1300년) 소빙기(1550∼1850년)가 있었다. 일시적인 돌발기후 변화가 있었음에도 온실가스의 급증과 같은 인간의 간섭이 없었다면 기후는 서서히 냉각되는 추세였을 것이다.

현재의 온난화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와 관련하여 현재보다 기온이 높았던 약 12만5000년 전의 간빙기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 커브에서 온난기의 마루가 높으면 냉각기의 골도 그만큼 깊어질 것이고 그 골이 깊어지면서 빙하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기후학자는 과거 500여 년간의 기후변화 패턴을 검토해 앞으로 약 30년 동안 미니빙하기(mini ice age)가 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지만 빙하기의 도래를 논하기 위해 대비시킨 과거 500년의 기간은 너무 짧다. 게다가 온난화로 인해 그 주기가 과거와 약간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온난화 과정의 기후변화 커브 중 깊지 않은 골에 해당된다면 빙하기의 도래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극지의 빙하가 너무 빠르게 녹아 해수의 염농도가 낮아짐으로써 심층수 형성이 되지 않아 전 지구적 해류순환 시스템이 정지되면 그때는 빙하기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 이 현상은 그야말로 지구적 대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측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설령 빙하기의 도래가 지연되더라도 최근 수년간의 추세로 보듯 전 지구적 수문활동이 한층 더 격렬해지면서 폭설과 혹한 폭염 폭풍 홍수 가뭄과 대형산불 등의 자연재해가 더욱 심해지리라 예상된다.

양동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표환경변화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