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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환경보호 입고 빈곤퇴치 워킹

입력 | 2010-01-15 03:00:00

패션모델들 세상 밖으로




사치스러운 옷과 조명을 뒤로 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기 시작했다. 과거 유명 디자이너들의 캣 워크나 패션잡지에서만 볼 수 있었던 패션모델들이 환경 보호, 빈곤 퇴치 등의 기수로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앤젤리나 졸리나 U2의 보노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빈곤 국가를 직접 방문해 각종 구호 활동을 해 온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의 패션모델들은 그동안 화려한 행사장의 모금 행사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 위기를 계기로 럭셔리업계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검소한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면서 럭셔리업계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게 됐고 이들의 ‘얼굴’인 슈퍼모델들 또한 각종 사회 활동가로 적극 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 대표적 기수는 모잠비크 출신의 슈퍼모델인 타샤 데 베스콘셀로스. 슈퍼모델 출신이자 니베아의 현재 모델로도 활동 중인 그녀는 최근 아프리카 남동부 말라위에 지난해 4월 산부인과 병동을 열었다.

포르투갈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를 두고 모잠비크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내전과 빈곤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강조한다. 스스로가 “나는 아프리카인입니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픈 과거도 있다. 그의 할아버지가 모잠비크 내전 중 게릴라 군에게 살해당했고 남은 가족은 캐나다로 도피해야 했다.

19세에 엘리트 모델 에이전시의 눈에 띈 뒤 이브생 로랑,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럭셔리 브랜드의 ‘얼굴’로 활동해온 그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소외된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나누고 상생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역설하는 그는 2006년 아프리카 산모 및 신생아 사망률 감소를 목표로 한 자선재단 아모르(AMOR)를 창설해 왕성히 활동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산부인과 병동 또한 AMOR를 통한 각종 기부금 모금 행사를 통해 마련한 것. 재정적 후원은 루이뷔통이 맡았다. 연간 9만2000달러에 달하는 병동 운영비 마련은 만만치 않지만 최근 그녀의 이와 같은 활동상이 알려지면서 패션업계는 물론이고 국제 구호단체 및 유럽연합(EU) 등에서도 그녀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환경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로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모델 지젤 번천이 대표적이다. 고혹적인 몸매와 함께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옛 애인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그녀로선 기존 이미지와 다른 변신인 셈이다. 브라질의 열대우림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그녀는 최근 그 활동상을 인정받아 유엔 환경친선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10대 시절 가난한 가족과 장애인 여동생을 돌보기 위해 시장에서 일하다 모델 에이전시에게 발탁돼 슈퍼모델이 된 러시아의 현대판 신데렐라 나탈리아 보이아노바 역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케이스. 최근 그녀가 창설한 ‘네이키드 하트 재단’을 통해 마련된 기금은 러시아의 어린이 암 환자들을 위한 병원 내 전용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데 쓰이고 있다.

반면 국내 모델들의 활동은 아직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모델 겸 가수 장윤주 씨가 지난해부터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네이버의 기부 캠페인 ‘해피 에너지’와 소장품 경매를 통한 한국여성장애인의 수술비 모금 활동 등이 계기가 됐다.

7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장 씨는 “화보 촬영 등 작업 때문에 각국을 다니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고통에 처한 여성들의 이야기나 사례를 접하곤 했다”면서 “저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팬도 여성분들이라 이들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동안 꾸준히 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외국인 노동자, 환경 문제 등 다른 소외 계층을 돕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알게 된 지인 중 눈 하나만 갖고 태어나신 분이 있다. 처음 그분을 봤을 땐 ‘무섭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 다음 번에는 연민을 느꼈지만 좀 더 가깝게 지내는 요즘 그분을 보면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어 남을 더욱 깊이 살피는 배려심이 있고 또 그래서 ‘큰 일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모두 내면에 한두 가지씩의 장애를 갖고 살고 있지 않나.”

―홍보대사 외에 또 어떤 일을 계획 중인가.

“사실 연예인이나 나와 같은 모델이 특정 단체의 홍보대사로 나서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홍보대사로서 구체적인 일정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매일 호흡하며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분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적극 도울 것이다.”

이 밖에도 장 씨의 소속사 에스팀은 그녀가 3월 출시될 예정인 피아니스트 곽윤찬 씨, 인순이 등 유명가수들과 함께한 CCM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수익금 일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교회 설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