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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셸 리 vs 김상곤

입력 | 2010-01-15 03:00:00


한국계인 미국 워싱턴 교육감 미셸 리 씨는 1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교사라는 자리는 노동조합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라며 아이들의 미래에 관한 문제를 놓고 교사와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리 교육감은 2007년 6월 취임하자마자 과감한 개혁으로 학생의 92%가 시험에 낙제하던 워싱턴의 교육을 확 바꾸어 놓았다. 그는 학생 성적이 저조한 23개 학교를 폐쇄했고 실적이 부진한 교장 30%를 물갈이했다. 유능한 교사에겐 상여금을 주고 무능한 교사 266명을 2009년 10월 해고했다.

무사안일과 기득권에 안주했던 교원노조가 이런 조치에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교원노조는 해고무효소송을 냈지만 워싱턴법원은 리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사라는 직업과 교원노조에 대한 그의 확고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리 교육감은 “노조의 최종 목표는 노조원들이 더 많은 봉급을 받고 직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것은 예술”이라며 교원노조가 교육정책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 교육감의 개혁은 교원노조의 저항을 받고 있지만 워싱턴 주민의 갈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초등학생의 수학능력이 2년 전보다 20%포인트 향상됐고 백인학생과 흑인학생의 격차는 70%포인트에서 5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한국 수도권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선거 때 자신을 밀어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대리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리 교육감과 김 교육감은 똑같이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런데 리 교육감이 학교와 교사 간 경쟁을 통해 학생의 수학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비해 김 교육감은 교육 현장에서 전교조 이념을 실천하려다 논란을 불렀다. 학생들에게 교육적 차원의 반성문도 못 쓰게 하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을 추진하는가 하면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요청을 홀로 거부해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전교조는 평가나 경쟁을 학생의 인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학교와 교원에 대한 평가도 거부한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경기도 학부모들은 김 교육감과 리 교육감의 교육철학 중에서 무엇이 자녀의 미래와 국가를 위해 더 나을지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