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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힐 벗고… 어깨 힘 빼고… 남자 바지 입고

입력 | 2010-01-15 16:19:18


'킬 힐'은 벗고 '파워 숄더'도 부드럽게… 봄·여름 패션 '핫이슈' 톱10

'실용주의와 로맨티시즘의 결합'.

올 봄, 거리를 지나는 여성들은 한결 편안한 모습이 될 듯 하다.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어깨부터 허리까지 힘을 준 '파워 숄더' 재킷을 입거나, 굽 높이 12cm 이상의 '킬 힐'을 신고 휘청거릴 필요도 없다.

올 봄 여름 패션의 화두는 실용주의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경기에 민감한 패션 업계에 영향을 주었고 창의성과 매출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하는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실용주의라는 대안을 들고 나오게 했다.

동장군은 슬며시 기세를 감췄지만 여전히 눈발 흩날리는 지금, 웬 봄, 여름 패션 타령이라고?

현재 진행 중인 각 백화점 '파워 세일'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 올 봄 '신상(신상품)'을 생각하면 바로 지금이 내년 봄, 여름 패션을 점쳐볼 최적의 타이밍일지 모른다.

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은 패션 트렌드 정보 업체 'PFIN'에 의뢰해 올 봄, 여름 여성 패션 유행 아이템 10개를 선정했다. 도움말을 준 'PFIN' 여성복팀 이소성 수석연구원은 "이번 시즌 패션 트렌드의 70%는 실용주의에서 파생된 캐주얼과 유니섹스 스타일, 30%는 로맨티시즘의 부활이 반영된 소녀(girlish)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불황기에 실용주의 기조가 고개를 들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열심히 뛰어야 할 때, '블링 블링'한 반짝이 의상이나 '샤방 샤방'한 레이스 장식 블라우스, 이동 반경과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킬 힐'을 꺼내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때 다시 등장한 로맨티시즘이라니! '버버리프로섬' '미우미우' '샤넬' 등 주요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사랑스러운 미니 원피스며 드레스를 선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 깜짝 트렌드 역시 경기와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다.

지난 가을, 겨울의 최고 히트 아이템 '파워 숄더'가 대표하는, 기세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의 이미지는 주로 여성들에게 각광 받은 반면 '파워는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믿고 싶은 자존심 센 남성들에게는 기피, 심지어 혐오의 대상이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때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 만큼 매출을 올려야 하는 패션업계로서는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안전한(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를 기대할 수 있는)' 키워드, '로맨틱'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곧 당신의 옷장에도 슬며시 자리를 차지할, 올 봄 여름 여성복 '핫 아이템' 10선을 공개한다.

< 사진제공 PFIN (www.firstviewkorea.com)>

● 트렌드 1: '파워숄더'에서 'T실루엣'으로

'파워숄더'의 뾰족한 '뿔'은 사라지고 한결 부드러워진 '지방시'의 'T실루엣' 재킷(왼쪽). 뉴욕의 '핫'한 디자이너 '데렉 램'은 페미닌한 스타일링으로 달라진 '테일러드 재킷'을 표현했다(오른쪽).


1980년대 풍 '테일러드 재킷(남성복 스타일의 상의)'의 인기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뾰족한 어깨에 두툼한 패드, 허리선까지 긴장된 라인이 이어지는 '발맹' 스타일 '파워 숄더 재킷' 대신 어깨의 뾰족함은 낮추고 허리선은 부드럽게 물결치도록 한 'T실루엣'이 대세를 이루게 될 듯. 지난 시즌에는 칼라 부분에도 들어갔던 빳빳한 심지를 빼, 그야 말로 한결 어깨 힘이 빠진 느낌이다.

● 트렌드2: 남자친구 바지를 빌려 입다?

유니섹스 스타일이 각광을 받으며 '보이프렌드 핏 팬츠'가 파리, 뉴욕 등 세계 주요 패션 컬렉션에서 대거 선보여졌다. '알렉산더 왕'의 치노 팬츠(왼쪽). 밀라노에서 열린 'D&G'쇼에서도 편안한 실루엣의 데님 팬츠가 선보여졌다(오른쪽).


실용주의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성적인 '유니섹스' 스타일이 득세한다. 남자친구 바지를 빌려 입은 듯 편안한 실루엣의 바지가 컬렉션마다 속속 등장했다. 폭이 넉넉한 청바지나 트레이닝복, 작업복처럼 보이는 이른바 '보이프렌드 스타일 팬츠(boyfriend-fit pants)'를 과거 디자이너들은 화려한 블라우스 등과 매치해 여성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알렉산더 왕'이 면소재 치노 팬츠를 캐주얼한 티셔츠와 매치하거나, 'D&G'가 청바지를 같은 데님 소재 티셔츠와 스타일링하는 등 한결 보이시한 '하드코어 유니섹스'를 선보였다.

● 트렌드3: '킬 힐' OUT, '클로그 샌들' IN

'킬 힐'보다 '에지'는 없어도 편안함은 최고. 코르크 재질로 만든 '스탤라 맥카트니'의 클로그 샌들(왼쪽). 낮고 깜찍한 굽의 '루이뷔통' 슈즈(오른쪽).


몇 년 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킬 힐'이 드디어 투박하지만 편안한 '클로그(clog)'에 찬란한 왕관을 내주게 됐다. 클록(clog)이란 나무 재질의, 혹은 신발 바닥을 나무 또는 코르크로 만든 구두. 올 시즌 캣워크에서도 '스텔라 맥카트니', '루이뷔통' 등의 브랜드가 '버킨스탁'의 슬리퍼나 모카신(인디언들이 신던 낮은 굽의 가죽 구두)을 연상케 하는 편안한 스타일의 샌들과 구두를 선보였다. 발 전체에 두툼한 굽을 덧대거나 밑창과 힐이 연결돼 있는 '플랫폼' '웨지' 스타일이 많다. 사실 뒷굽의 높이는 '킬 힐' 못지않게 높지만 앞굽 또한 높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을 눈여겨볼 것.

● 트렌드4: '컴백' 한 스쿨백

학생 가방을 연상케 하는 실용적인 스타일이 이번 시즌 백 트렌드. 한 동안 사라졌던 '백 팩'의 런웨이 복귀를 알린 '알렉산더 왕'(왼쪽). 버클 여밈, 탈부착 가능한 스트랩을 더해 한층 캐주얼해 진 '멀버리' 백(오른쪽).


여성복 컬렉션에서 배낭 스타일 '백 팩'을 보는 것은 참 오랜만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말 캠퍼스를 중심으로 '프라다' 스타일 나일론 배낭이 한창 인기를 끈 적이 있다. 10년도 지난 2010년, 한동안 사라졌던 여성용 백 팩을 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될까. 오랜만에 런웨이에 복귀한 '백 팩'은 '알렉산더 왕' '루이뷔통' 패션쇼 등에서 이목을 끌었다.
한편 '멀버리'는 스테디셀러인 가방 라인에 버클 여밈과 탈부착이 가능한 스트랩을 덧붙여 마치 학생용 가방처럼 보이는 모델들을 선보였다. '백 팩'의 컴백 역시 실용주의 트렌드 때문이다.

● 트렌드 5: 작업복 풍 캐주얼 셔츠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 '발맹'의 캐주얼 셔츠(왼쪽). 마치 작업복을 연상케 하는 캐주얼 셔츠. '클로에'.


셔츠에서도 보이시한 유니섹스 스타일이 '떴다'. 소재 역시 튼튼한 데님과 면이 주종을 이룬다. 데님에 일부러 노란색 염료를 더해 때 묻은 작업복처럼 보이게 한다든지(더티 데님), 곳곳을 찢는 방식으로 캐주얼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여성적인 디자인의 대명사 '클로에' 마저 파격적으로 아웃포켓 프린트가 있는 셔츠를 선보였다. 최근 몇 시즌 동안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로 꼽히는 '발맹' 역시 지난해 인기를 끈 바이커룩 대신 캐주얼한 셔츠를 주력 상품 중 하나로 내걸었다.

● 트렌드 6: 아웃도어 베이지&카키

활동적인 아웃도어 무드의 부활로 실용적 느낌의 베이지&카키를 메인 컬러로 삼은 브랜들이 많다.'루이뷔통'(왼쪽). '셀린'의 점잖은 카키색 스타일링(오른쪽).


베이지색과 카키색이 대세라는 것은 그만큼 활동적인 아웃도어 스타일이 각광받는 시대라는 의미. 또 다른 '개척 정신'을 요구하는 때여서일까. 미국 서부 영화에 등장할 법한 카우보이 풍 컬러(다양한 모래색), 밀리터리룩에 어울리는 짙은 카키색을 이번 시즌 컬렉션의 메인 컬러로 삼은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 트렌드 7: 우유빛깔 파스텔

이번 시즌, 흰색이 많이 섞인 '슈거 파스텔'이 로맨틱 스타일에는 물론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의 의상에도 많이 접목됐다. '버버리 프로섬'(왼쪽). '토미 힐피거'의 발랄한 캐주얼과 만난 파스텔색(오른쪽).


로맨티시즘의 부활은 색상에서부터 찾아왔다. 케이크의 설탕 장식이나 달콤한 마카롱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파스텔색이 여성적인 스타일뿐만 아니라 스포티한 의상까지 물들인 것. 이번 시즌의 파스텔은 원색 물감에 흰색을 듬뿍 탄 듯 밝은 것이 특징. '트렌치코트=밝은 황토색'이란 공식을 깨고 파스텔 핑크로 재탄생한 '버버리 프로섬'의 트렌치코트나 아웃포켓이 달린 '토미 힐피거'의 민트색 상하의 등이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 트렌드 8: 롤리타 드레스

발랄하고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섹시한 롤리타 드레스. '미우미우'의 하이 웨이스트 드레스에는 여성 누드 프린트가 새겨져 있다(왼쪽). '크리스토퍼 케인'의 블라우스 드레스(오른쪽).


패션계가 선택한 '안전한' 아이템은 역시 소녀풍 드레스. 그러나 지난해 강세를 보인 섹시 코드의 잔재가 남아 소녀이되 섹시한 '롤리타' 코드로 탄생했다. '미우미우'의 하이웨이스트 블라우스 드레스에도 여성의 누드가 그려져 있다.
이번 시즌에는 아동복을 연상케 하는 다소 유치한 프린트도 대거 등장했다. '입생 로랑' 패션쇼에서 등장한 딸기 프린트, 'D&G'의 미키 마우스 프린트 등….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들에서 정서적 위안을 찾으려 했던 걸까?

● 트렌드 9: 수채화풍 꽃무늬

말간 수채화 기법의 플로럴 프린트 드레스. '샤넬(왼쪽)'. 로맨틱한 '니나리치' 드레스(오른쪽).


마치 수채화 한 폭을 보는 듯, 말간 수채화 기법으로 프린트된 플로럴 디자인이 '샤넬' '니나리치' 등 주요 패션쇼를 통해 선보였다. 지난해에도 꽃무늬는 있었다. 그러나 꽃을 추상적으로 변형해 유화 기법으로 프린트한 디자인 속에서 꽃은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이 역시 올 시즌, 로맨티시즘의 부활이 불러온 변화.

● 트렌드 10: 뷔스티에 란제리 룩

뷔스티에, 브라 톱 등의 언더웨어를 적극 활용한 스타일링. \'돌체앤가바나\'(왼쪽). \'보테가 베네타\'의 란제리룩(오른쪽).


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형태의 여성용 상의, 뷔스티에(bustier)는 '란제리 룩'의 대표 아이템이다. 가슴을 모아주고 올려주며, 허리를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 만큼 섹시 코드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자연스럽게 풀어 헤친 셔츠와 겹쳐 입거나 점잖은 디자인의 스커트와 매치하는 식으로 '노골적 섹시미'보다 '품격있는 섹시미'를 시도한다. 화려한 레이스 장식 대신 인체공학적 절개선을 디자인에 활용한 것이 실용주의와 로맨티시즘이 교차하는 이번 시즌의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듯 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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