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필요없다, 의사를…”도심 곳곳에 시신의 산세계식량계획 창고 약탈도
119구조대-KOICA, 아이티行 소방방재청 소속 중앙 119 구조대원들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들이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들은 지진으로 수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아이티에서 약 열흘간 구조활동과 의료지원을 하게 된다. 인천=변영욱 기자
이사벨라 공항에서 유엔 구호물자 수송을 책임지고 있는 프랭클린 폴랭코 코디네이터는 이날 오후 “현재 비행기 42대가 착륙 허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포르토프랭스 공항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항에 강풍이 부는 등 기상조건마저 악화돼 가지고 간 구호물품을 내리지도 못한 채 다시 이사벨라 공항으로 되돌아온 비행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 파견한 구조팀 역시 아이티로 들어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날 밤 도미니카공화국행 비행기에 동승했던 스페인 구조대는 이날 오전 일찍 이사벨라 공항에 나왔지만 오후까지도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포르토프랭스에는 곳곳에 쌓인 수백 구의 시신으로 거대한 ‘시체안치소’가 되어 가고 있다고 AFP통신이 15일 참상을 전했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이미 집단매장지에 7000여 구의 시신을 묻었다”고 밝혔다. 포르토프랭스 종합병원의 시체안치소에는 트럭이 계속 시신을 내려놓고 있으며 최소 1500여 구의 시신이 쌓여 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가족의 시신을 찾는 생존자들은 보호장갑도 없이 부패한 시신을 만지고 있어 전염병 창궐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기자들은 필요 없다”라고 소리쳤다. 구호단체 ‘가톨릭 릴리프 서비스’의 카렐 젤렌카 씨는 “글자 그대로 온 천지에 시신이 널려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구조작업이 지연되는 데 불만을 품은 일부 주민은 시내 곳곳의 도로 위에 시신을 쌓아 올려 길을 가로막기도 했다.
12일 지진 발생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약탈행위는 치안을 맡은 아이티 경찰과 유엔 평화유지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무질서하게 번져가고 있다. 15일에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가 털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WFP의 에밀리아 카셀라 대변인은 “창고에 보관돼 있던 1만5000t의 구호식량 중 현재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르토프랭스 내 식료품가게들도 지진 발생 이후 약탈당했다고 덧붙였다. 카셀라 대변인은 또 “200만 명의 아이티 주민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을 모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시마니(아이티 접경도시)·엘이게로=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