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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문명의 곳간 채운 씨앗들 전쟁과 사건의 싹 틔우다

입력 | 2010-01-16 03:00:00


◇ 톡 까놓는 씨앗 이야기/김순기 글·이동철 그림/200쪽·1만원·반디

1996년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오창과학산업단지 터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발굴됐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볍씨였다. 이 볍씨는 1만5000년 전의 것으로 이전까지 가장 오래됐다고 인정받던 중국 후난 성 볍씨보다 3000년 앞선 것이었다.

1762년 영조는 남도 병마절도사 윤구연을 서울로 압송하라는 명을 내렸다. 영조는 윤구연이 쌀이 부족해 죽어가는 사람이 많은 데도 쌀막걸리를 빚어 마셨다는 사실을 알고 대로했다. 윤구연은 남대문 앞에서 참형을 당했다.

매일 먹는 쌀에는 역사가 담겨 있다. 씨앗을 통한 인류의 교류, 씨앗의 전래 과정을 보면 문명사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보리, 밀, 감자 등 16종의 씨앗 이야기를 통해 인류 역사의 이해를 돕는다.

1905년 러-일 전쟁 중 쓰시마 섬 앞바다 전투에서 승리한 일본 군대는 항복한 러시아 군함의 창고에 들어간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러시아 함대 병사들은 오랜 항해로 야채를 못 먹어 괴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창고에는 콩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만약 러시아 병사들이 콩나물 기르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비타민C를 보충해 괴혈병을 이기고 전력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건빵은 약 2500년 전 고대 로마 때부터 즐겨 먹었다. 당시 건빵은 밀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한 것이었는데 휴대가 간편하고 아무 때나 꺼내 먹을 수 있어 군인들의 필수품이었다. 많은 원정 전투를 치렀던 로마 군대는 건빵을 신의 축복으로 여겼다. 18세기 영국 해군도 건빵을 주식으로 삼았는데 당시 해군 병사들은 건빵 안에 서식하는 벌레 바구미를 쫓으려고 식탁 모서리에 건빵을 몇 번 내리치고 먹었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마늘 효과 덕분이었다. 기원전 2500만 년경 이집트 쿠푸 왕은 신하들에게 피라미드 건설을 지시하고 10만 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했다. 땡볕 아래서 일꾼들이 지치자 왕은 파라오가 내리는 선물이라며 마늘을 나눠줬다. 일꾼들은 신기하게도 지친 몸이 개운해져 힘든 공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