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이정훈.스포츠동아DB
‘미계약자는 데려가고, 연봉조정신청자는 안 데려가고.’
의견차가 있어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건 똑같다. 사실상 별 차이가 없지만 구단의 시선은 다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공식적으로 연봉조정신청 절차를 받고 있는 선수에겐 ‘괘씸죄’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롯데가 연봉조정신청서를 낸 투수 이정훈을 20일 사이판으로 출발하는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결국 제외했다. 이대호와 김주찬, 또다른 미계약자인 두 선수는 20일 전훈 출발 명단에 ‘당연히’ 포함됐지만 이정훈에게만은 유독 강력한 잣대를 강조하고 있다.
당초 이정훈에 대해 6600만원을 불렀던 롯데는 8000만원을 주장하는 이정훈이 강경한 입장으로 “연봉조정 신청을 할 것”이란 뜻을 밝히자 기존안에서 600만원 오른 7200만원 수정안을 내놓고 연봉조정절차를 취소하길 원했다. 연봉조정절차란 것이 구단입장에선 썩 내키지 않은 일인데다, 만약 KBO 조정위가 선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그야말로 난감한 처지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이 KBO에 자료를 제출하는 16일까지도 이정훈이 “8000만원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더 이상의 협상 여지를 남겨 두지 않는 대신 그를 전훈 출발 멤버에서 제외하는 압박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정훈에 대한 연봉 조정결과는 전훈 출발 다음날인 21일 나올 예정. 조정위원회는 이정훈과 구단안, 둘 중 한쪽 손을 들어주게 돼 있고 조정위원회 결과에 따라 양측은 계약을 해야만 한다. 조정 결과에 따라 사이판 현지에서 사인을 해도 별 무리가 없는 것인데 구단이 그를 명단에서 뺀 건 ‘괘씸죄 적용’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결과도 안 나왔는데 데려갈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답변은 궁색하다.
이정훈은 “동료들과 함께 출발하길 원했지만 구단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내 입장에선 별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아쉽지만 21일 결과를 보고 곧바로 넘어오라’고 하셨으니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합류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관계자의 말은 이정훈의 기대와 달리 일이 더 꼬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