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문제 빼내 美유학생 전달경찰, 강남 학원강사 붙잡아
한국 태국 등 아시아권과 미국의 시차를 이용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부정행위 사례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동안 이런 수법의 SAT 부정행위에 대한 소문은 많았지만 수사당국에 의해 실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SAT 외에도 한국에서 치러지는 토플, 토익 등 국제공인시험에서 한국인 응시자의 성적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돼 미국 대학 지원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7일 “태국에서 SAT 문제를 유출한 뒤 같은 날 미국에서 시험을 치르는 한국인 응시자들에게 문제와 답안지를 전달해 부정행위를 도운 혐의(업무방해)로 서울 강남의 E어학원 강사 김모 씨(3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미국 유명 사립대인 B대 출신으로 알려진 김 씨는 강남구 역삼동 E어학원에서 SAT 비평적 독해 분야의 명강사로 통하고 있고, 김 군 등은 방학 때 이 학원에서 SAT 수업을 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원이 SAT 성적을 확실하게 올려준다며 학생들에게 한 회에 280만∼300만 원, 평균 12회 수업에 3000만 원 이상의 수업료를 받았다”며 “고액 수강료를 받고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지 못할까 봐 부담스러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월 한 차례, 학생 2명에게만 빼돌린 시험문제와 답안을 전송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학원에서 공부한 20여 명도 같은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알려져 김 군 등을 통해 미국에서 이들 수강생에게 다시 전달(포워딩)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학원이 부정행위에 개입했을 수 있다고 보고 이 학원 원장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는 한편 부정행위 학생들의 성적 변화 등을 파악하기 위해 ETS코리아 관계자도 불러 조사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