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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를 위한 ‘최고’의사들의 ‘최고’서비스

입력 | 2010-01-18 03:00:00


■ 대형병원들 VIP대상 초고가 건강검진 경쟁

첨단장비 총동원… 온몸 손금보듯
의사 수십명 상주… 주치의 도입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1800만 원짜리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인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는 올해 정원 120명을 다 채워 더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 서울대병원은 “일반 검진센터 수진자의 암 발견율이 평균 0.67%인 데 비해 이곳 수진자의 암 발견율은 1.45%에 이를 정도로 정밀검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외국인과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해 1000만∼1500만 원의 고가 숙박 건강검진 프로그램인 ‘인터내셔널 CEO 건강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1500만 원짜리 프로그램은 2박 3일 동안 최고급 병실에 투숙하면서 흉부와 복부의 컴퓨터단층촬영(CT), 뇌 자기공명영상(MRI)촬영과 자기공명혈관조영(MRA), 전신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같은 첨단 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대형병원들이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1700만 원(2박 3일)짜리 ‘아산프리미엄 멤버십’을, 서울성모병원은 최고 1118만 원(2박 3일)짜리 ‘마리안’을 운영하고 있다.》

○ 최첨단 고가 장비와 의료진 총동원

대형병원의 초고가 건강검진은 300만∼600만 원 수준의 기존 고가 검진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상위 1%를 겨냥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최첨단 검사장비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 CT는 16채널이 아닌 64채널을, MRI는 1.5T(테슬라)가 아닌 3.0T를 사용해 온몸을 마치 손금 보듯 들여다본다. 췌장암, 간암 등 복부 장기의 진단을 위한 복부 CT와 퓨전 PET 검사, 심혈관 3D CT로 더욱 정밀한 검진을 하고 있다.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의사들의 실력도 우수하다. 서울대병원에는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산부인과 안과를 망라한 40명의 교수가 상주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46명의 전문의가 있다.

‘주치의’ 개념을 도입한 곳도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파트너스…’는 1회 검진으로 끝내지 않고 1년 내내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해 주는 회원제로 운영한다. 회원마다 전담 주치의와 간호사를 지정해 365일 24시간 건강상담이 가능하다. 고혈압을 앓는 회원이 병원에 자주 갈 시간이 없다면 전담 간호사가 집이나 회사에 찾아와 혈압을 체크해 준다. 또 갑자기 혈압이 올라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서울대병원에 진료 예약까지 대신 해준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이와 비슷하게 전담 의료진을 두고 맞춤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비싼 만큼 효용 있을까


대형 병원들이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내놓고 ‘VVIP 환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이들은 ①컴퓨터단층촬영(CT) ②호텔급 병실 ③초음파 검진 ④노트북 컴퓨터를 갖춘 대기실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문가들은 초고가 검진이 비용만큼 효율적인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국내외 CEO나 유력 인사들을 위해 별도 병실을 마련하다 보니 검진 비용의 상당 부분이 숙박비로 들어간다. 서울아산병원의 ‘건강증진센터 프리미엄 병동’은 1155m²(약 350평)가 넘는 규모로 욕실과 조리실까지 갖춘 VVIP 병실 1곳과 특실 4곳이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역시 샤워실과 TV, 오디오, 인터넷과 팩스 등을 갖춘 VIP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선 하루 숙박비가 294만 원인 최고급 병실을 선택할 수 있다.

최첨단 기기를 이용한 과도한 검진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영상진단 기기의 발전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방사선 노출 위험도 비례해서 증가한다. 실제로 최첨단 CT는 일반적인 흉부 X선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50∼100배나 높다. 따라서 필요한 검진만 선택해서 받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은 “위장 뒤에 있는 췌장의 종양처럼 첨단 CT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려운 암이 있다”며 “방사선 노출량도 기준에 맞춰 조절하므로 조기 진단을 해 얻는 이득을 방사선으로 인한 위험에 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초고가 건강검진을 계속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초고가 건강검진이 투자비용에 비해 이용자가 많지 않아 수익이 별로 남지 않지만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병원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의료진에게 고가 수당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