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공인 시험은토플, 인터넷으로만 응시‘문제은행 방식’ 개선 움직임
일본 오사카(大阪) 시내에 있는 컴스 호텔은 매달 미국 일반대학원 입학자격시험(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에 응시하려는 한국 학생이 500명 이상 찾는다. 옛 이름 ‘미쓰이 어번(三井 Urban) 호텔’로 더 유명한 이곳은 GRE 시험장이 걸어서 1분밖에 걸리지 않아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한국 학생들이 일본에 시험을 보러 가면 시험 비용을 포함해 체류비로 최소 150만 원을 쓴다. 한국 학생들이 비싼 돈을 들여 일본에서 GRE를 보는 건 매달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GRE를 볼 수는 있지만 시험이 1년에 두 차례뿐이다. 한국 학생들이 2002년 GRE 문제를 인터넷에 유출했다 적발돼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한국에서의 시험 횟수를 줄였다. 일종의 페널티다. ETS에서는 최근에도 컴스 호텔을 불시에 찾아가 한국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지 감시한다.
SAT 시험 방식도 부정행위에 취약하다. 국내로 들어오는 SAT 시험지는 시험장에 1주일 전 도착한다. 게다가 시험 감독도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 교사가 직접 맡는 일이 많다.
ETS 측도 계속 보안을 강화해 왔다. 시작은 토플. ETS는 2000년 9월 이후 국내에서 실시하는 토플에서 종이 시험지를 없애고 시험장에 모여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CBT(Computer Based Test) 방식을 도입했다. 2006년 9월 이후부터는 인터넷 기반인 iBT(Internet Based Test)로 바꿨다. iBT는 시험 진행 과정을 채점자에게 온라인으로 전송한다. CBT보다도 문제유출이 더 어렵다.
또 2005년에는 SAT에 에세이를 도입했다. 읽기나 듣기와 달리 에세이는 출제 범위가 다양해 ‘시차 커닝’이 더 어렵다. 하지만 주제가 같을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ETS에서는 2006년부터 자사 주관으로 진행하는 모든 시험에서 문제은행의 문항을 늘리고 문제도 자주 바꾸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ETS가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을 바꿔야 부정행위를 봉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