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차지하려 난투극 [부상자 치료 역부족] 팔다리 으스러져 병원와도 사흘 되도록 의사 못만나 부목 대신 종이박스로 묶어 [배고픔 한계상황] 식량배급 수요 감당못해 생필품 찾아 곳곳 장사진 외국기업 앞에도 모여들어
《“눈 뜨고 못볼 참상에 말문 막혀”
○ 천막생활… 끼니도 제대로 못 때워
손에 약간의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도 폭등하는 물가에 괴로워하고 있다. 손바닥만 한 비닐봉지에 담긴 식수 한 봉지는 1구르드(약 30원)에서 2구르드로 앙등했고, 주로 빈곤층이 식사대용으로 먹는 흙으로 만든 과자는 5개 5구르드에서 3개 5구르드로 올랐다.
도시를 탈출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포르토프랭스로 왔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 의료서비스 부족으로 생명 위협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부상자들도 제때 수술과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CNN은 16일 “임시병원에 도착한 환자 가운데 3분의 1은 즉시 수술을 받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될 것”이라고 의료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설치된 유엔 임시병원에서 300여 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하버드대 의대의 제니퍼 퓨린 박사는 16일 “약 30%의 환자들은 24시간 내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진들은 임시방편으로 통증을 줄이는 모르핀 주사를 놓고 있으나 환자들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 이재민에게 닿지 않는 구호물자
하지만 피해 주민 수에 비해 구호물자가 크게 부족해 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폭력까지 등장하는 등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공중에 낮게 뜬 채로 구호물자가 든 상자를 내려놓는 미군 헬기 아래에는 주민들이 서로 쟁탈전을 벌였다. 미군 헬기 아래에 서 있던 회계사 앙리 운슈 씨는 “사람들이 굶주린 나머지 미쳐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지원물품을 싣고 아이티에 도착한 한 구호팀은 주민들에게 배포할 경우 폭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멈추지 않고 포르토프랭스 내 유엔기지로 방향을 돌리기도 했다.
지진 발생 이후 포르토프랭스에 들어온 도미니카공화국 주재 한국대사관의 최원석 참사관은 “앞으로도 구호품 보급이 원활할 가능성이 많지 않아 이재민의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