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운영하는 백삼숙씨 지진 터지자 야전병원 역할 민간구호단 안내도 도맡아
2002년부터 아이티에서 활동 중인 백삼숙 선교사는 지진으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 출처 백삼숙 선교사 블로그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집으로 찾아오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병원에서 부족한 약품을 찾아다니는 한국인 ‘천사’가 있다.
2002년 7월부터 이곳에 머물며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백삼숙 선교사(64)가 주인공. 백 선교사는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하자마자 혈혈단신 배낭을 메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의 배낭에는 소독약, 연고, 안약 등 상비약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러 다닌 것이다. 그의 배낭에는 약 말고도 사탕이 들어 있었다.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
2003년 10월 그에게 ‘진짜’ 딸이 생겼다. 자신이 보살피던 고아 2명을 데리고 보육원을 연 것이다. 부모를 잃은 불쌍한 아이들을 한 명, 두 명 데리고 오다 보니 지금은 10명으로 늘었다.
16일(현지 시간) 오후에도 지진으로 부상한 30대 남성 현지인이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백 선교사가 운영하는 ‘사랑의 교회’ ‘사랑의 집 보육원’을 찾아왔다. 문을 지키는 현지인들이 되돌려 보내려 했지만 백 선교사는 선뜻 문을 열어주고 꼼꼼히 치료를 해줬다.
백 선교사가 운영하는 보육원은 지금 아이티의 민간 구호활동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민간단체가 알음알음 백 선교사를 알고 찾아와 현지 안내는 물론 숙박을 부탁한다. 포르토프랭스 내 거의 모든 호텔이 무너져 숙박시설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으로 집기들이 부서지는 등 어지러운 집 안을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백 선교사는 그를 찾아오는 구호단체를 마다하지 않는다. 고통 받는 아이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자신을 도와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