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43개 구조팀, 시간과의 사투
‘한계점’ 만3일 지났지만 매몰자 구조 ‘기적’ 이어져
내무장관 “최대 20만명 사망” 구덩이에 시신 쏟아붓기도
《“생지옥 현장, 하늘은 왜 이리 맑은지…”

아이티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폴 앙투안 비앵네메 아이티 내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이번 지진으로 10만 명에서 2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아이티 방문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아이티 지진 대참사는) 인류가 맞은 가장 심각한 위기이며 유엔에도 최악의 재난”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8일 소집된다.

기아대책 구호활동 시작 17일 오전 긴급구호에 나선 기아대책 관계자들이 아이티 ‘사랑의 교회’에서 어린이들에게 식수와 식량을 전달하고 있다.
지진 발생 5일째인 16일 미국 버지니아 주 구조팀은 포르토프랭스대의 무너진 4층 건물 틈에서 생텔렌 장루이 씨(29·여)를 구해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구조팀은 전날 얼굴과 왼팔만 잔해 밖으로 겨우 내뻗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장루이 씨를 발견했다. 그의 왼팔에 포도당과 항생제를 주입한 뒤 30여 시간 동안 조심스럽게 그를 내리누르는 철근을 잘라내고, 콘크리트 더미를 잘게 부숴 걷어냈다. 구조작업 중에 여진이 발생해 잔해 더미가 내려앉을 위기도 있었지만 그는 매몰 97시간 만에 ‘지옥’에서 풀려났다.
17일에는 104시간 만에 한 60대 여성이 구조됐다. 포르토프랭스에서 남편과 함께 ‘몽타나 호텔’을 경영하던 나딘 카르도소 씨(62)는 투숙객 10여 명과 함께 12일 무너진 호텔 속에 갇혔다. 구조대가 며칠째 생존자의 흔적을 찾아 헤매던 이날 오전 “살려 달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그의 아들이 들었다. 카르도소 씨는 심한 탈수 증상을 보이는 것 말고는 다행히 외상은 거의 없었다.
호주 ‘채널7’ 방송국 취재진은 15일 참사 현장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는 마을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5시간 동안 잔해를 파헤쳐 16개월 된 여아 위니 틸랭을 구해내 그의 삼촌에게 데려다 주었다. 틸랭이 매몰된 지 사흘 만이었다. 그러나 틸랭은 어머니를 잃었고 삼촌은 임신한 아내를 잃었다.
한편 구호물품 전달과 배포에 어려움을 겪자 일부 국가는 포르토프랭스 공항의 관제권을 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이 공항을 틀어쥐고 자국 시민을 대피시키는 데만 열중하기 때문에 구호물품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유성열 특파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