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을 출마?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최근 서울역에서 KTX를 기다리던 이 위원장과 우연히 마주친 한나라당의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도 “우리 지역 민원도 좀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이 위원장이 ‘민원 해결사’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지난해 9월 30일 취임한 뒤 17일까지 110일 동안 전국적으로 다녀온 민원 현장은 171곳이다. 그는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서울 은평구 구산동 집 앞에서 버스를 타서 40분 뒤에 권익위 사무실에 도착한다. 권익위 앞에서 1인시위를 해온 민원인이 이 위원장 취임 후 ‘아침 출근시간’을 1시간 반 정도 앞당겼을 정도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벌써부터 그의 정치권 복귀 시점에 쏠려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 진영의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은 그의 ‘공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이 위원장의 복귀 시점에 친이계는 물론이고 친박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7월 치러질 서울 은평을 재선거는 그가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1차 관문이다. 6월 지방선거 후 실시될 정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7월 재선거 출마 계획’에 대해 “지금은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민원)현장 방문도 바쁘고. 7월에 선거가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다”라고 피해 갔다. 그러면서 “현직도 매우 중요하고 해야 될 일이 많다. 정치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임기를 채우고 못 채우고 하는 것이 제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다. 직원이 일을 잘못해서 중간에 책임지고 그만둘 수도 있는 것이고…”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가 정치권 복귀를 결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은평을 재선거의 경우 친박계 정인봉 전 의원이 ‘맞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중량급 인사를 투입할 태세다. ‘물과 기름’ 사이가 된 박 전 대표 측과의 관계 개선 여부도 그의 당 복귀가 연착륙할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