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그러나 입에서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서 걸러내지 않고 전부 내뱉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연인 사이에서도 그렇다. 상대방에게 감정을 숨김없이 전하고 무엇이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어떤 말은 자신의 매력을 떨어뜨리거나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웹진 엑셀은 여성들이 오랫동안 좋은 연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10가지를 소개했다.
△"옛날 남친이랑 똑같아"=어떤 식으로든 과거에 사귄 남자와 현재 당신의 남자를 비교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두 사람을 놓고 계속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 같은 말은 당신이 아직도 예전 남자친구에게 집착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행동이나 외모 등 모든 면에서 "둘이 정말 닮았다"는 말은 남자의 자존심에 치명타가 된다.
△"저 여자 예뻐?"=객관적으로 당신보다 얼굴, 몸매가 뛰어난 여성을 가리키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당신은 남자가 "그래"라고 대답하면 질투심에 불탈 것이고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쟁이라고 여기며 눈빛이 흔들리는지 분석하려 들 것이다.
남자들도 이처럼 뻔한 상황 전개를 예상하며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여자친구에게 짜증이 날 따름이다. 특히 "그래"라고 답한 남자친구에게 "나보다 더 예뻐?"라고 묻는 것은 최악이다.
△"됐어. 그냥 없던 걸로 해"=당신의 얼굴은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으며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란 사실을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왜 그래?"라고 묻는 남자에게 이런 말을 하면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이처럼 수동적이면서 공격적인 행동은 서로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남자친구는 '얼굴 따로 말 따로'인 당신의 냉랭한 태도를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진다.
△"내 허벅지 보기 흉하지?"=남자친구는 당신이 매력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사귄다. 당신이 스스로 외모를 폄하할 때 상대방은 "내가 이 여자를 잘못 봤나"라고 헛갈리게 된다.
남자친구가 당신 앞에서 "난 정말 무능력하고 형편없어" "난 왜 이렇게 못생겼지"라고 계속 한탄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당신은 자신의 몸에 가장 비판적인 평론가다. 남자친구를 그 자리에 채용해선 안 된다.
△"당신 엄마 짜증나"=남자친구의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아버지, 친척, 친구, 애완견까지 그가 신경을 쓰고 좋아하며 각별하게 생각하는 대상을 함부로 욕하거나 미워해선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주변인들이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대하며 그들과 함께 있는 남자친구의 판단을 믿어줘야 한다. "나야? 아니면 당신 엄마야?"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당신이 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내가 방금 방귀 뀌었어"=데이트 도중 "화장실 다녀올게"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남자들은 대부분 화장을 고치거나 기껏해야 소변을 볼 것이라 생각한다. 인체의 생리현상에 대한 이성적 판단과 달리, 연인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설령 실수를 했더라도 냄새가 연상되는 적나라한 표현으로 이 같은 말을 하면 연인 사이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당장은 웃고 넘길지라도 남자친구가 당신을 친구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나 섹시하다고 느끼지 못하게끔 만들어 연애를 방해할 수 있다. 이런 대화는 결혼한 뒤에 남편과 나눠도 늦지 않다.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다. 연애 초기에 "우리가 결혼하면"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같은 말을 남자친구에게 스스럼없이 하는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상을 말로 전할 때엔 상대방도 당신과 같은 상상을 하는지 여부부터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남자친구가 당신을 사랑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단계가 아니라면 이런 말은 행복한 상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이 될 뿐이다.
△"너 정말 괜찮아? 진짜야?"=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자들도 분위기를 타고 우울해지며 말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여자친구가 걱정스런 얼굴로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보는 따뜻한 한 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괜찮아"라고 일단 대답했다면 잠시 혼자서 생각할 시간을 주는 편이 좋다. 옆에서, 혹은 전화로 "정말 괜찮은 거야?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진짜 괜찮아?"라고 끊임없이 캐묻는다면 남자친구의 진짜 괜찮지 않은 문제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걔가 그랬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당신과 남자친구가 함께 알고 지내던 사람의 개인적인 비밀을 들었을 경우엔 혼자서만 알고 있어야 한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비밀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알아야할 필요도 없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미란다는 옛 남자친구 스티브 몰래 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캐리에게 털어놓는다. 캐리는 자신의 남자친구 에이든이 스티브와 자주 어울리는 친구인데도 "스티브에겐 절대 비밀이야. 미란다가 임신했어"라고 말한다. 에이든은 스티브의 얼굴을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알았어. 내가 한 번 노력해 볼게"=진심으로 노력하고 실천해볼 계획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이런 약속을 해선 안 된다. 남자친구는 당신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무심코 던진 이 말 한 마디에 헛된 희망을 품고 계속 기대하게 된다.
상대방은 결국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을 때 말과 행동이 다른 당신에게 실망할 것이다. 과거에 했던 이 약속을 들먹이며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잦아진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증거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