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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20만160건 분석 ‘이념위치’ 보여줘

입력 | 2010-01-19 03:00:00

■ 어떻게 조사했나
안상수-이강래 기준 상대평가
주관성 배제-신뢰구간 부여
美‘내셔널 저널’보다 진일보






국회의원 이념성향 분석은 18대 국회 회기가 시작된 2008년 5월 30일부터 2009년 11월 6일까지 의원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의원 278명을 대상으로 했다. 278명의 720개 법안에 대한 투표 결과 20만160건을 법안의 특성, 표결 분포를 고려해 컴퓨터가 산출해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분석 방법론 설정과 결과 해석을 총괄한 한규섭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 교수는 “의원이 투표를 통해 지지계층의 이해를 입법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이번 분석을 통해 각 의원들의 이미지와 실제 투표 성향을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통계 처리를 총괄한 서울대 통계학과 임요한 교수는 이념점수를 매긴 방식을 학생 278명이 720개 문항으로 구성된 시험을 치른 결과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평가의 특징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타 응시자와의 상대평가라는 점”이라며 “다른 학생(의원) 다수가 틀린(찬성한) 문제를 풀어내면(반대하면) 가산점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안상수, 이강래 원내대표를 기준으로 삼아 각각 +2와 ―2점을 부여했다. 우리 국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고, 원내대표는 각 당의 정책을 주도하는 위치란 점에서다. 의원들의 전자투표 결과는 △찬성 △반대(기권 포함) △불참 등 3가지로 나눴다. 기권은 사실상 반대를 뜻하며, 불참은 찬성이나 반대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투표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에 불참을 많이 할 경우 이념점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신뢰구간(이념성향 분포도에서 직선으로 나타나는 범위)이 길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한-임 교수팀은 이번 분석에 스탠퍼드대 정치학과의 사이먼 잭맨, 더글러스 리버스 교수팀이 2004년 제안해 많은 검증을 거친 통계모형을 활용했다.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100% 배제함으로써 학계에서는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는 방식이다. 모형의 추정에는 통계추론 방법의 하나인 ‘베이지언’ 기법이 활용됐으며 ‘이념 점수’ 추론에는 ‘마르코프체인-몬테카를로’ 방법이 쓰였다.

교수팀은 “통계기법의 발전 덕분에 이번 조사는 ‘내셔널 저널’이 1981년부터 채택해온 방식보다 진일보한 방식을 적용했다”며 “내셔널 저널은 투표율이 낮은 의원은 제외하지만 이번 방식은 이념지수와는 별도로 각각의 ‘신뢰구간’을 부여함으로써 통계학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교수팀은 또 “‘이념 점수’를 말할 때 ‘진보’나 ‘보수’는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