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별로네요… 일단 좀 살펴보기로 해요”
tvN ‘롤러코스터’의 프로그램인 ‘남녀탐구생활’의 두 주인공 정형돈(왼쪽)과 정가은. 사진 제공 tvN
케이블채널 tvN ‘롤러코스터’의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에서 성우 내레이션으로 사용되는 “∼해요” “∼돼요” 말투가 전방위적으로 패러디되고 있다. TV 프로그램이 유행어를 퍼뜨린 적은 있지만 하나의 새로운 ‘어법’을 만들어 낸 것은 이례적이다. 대중은 왜 ‘남녀탐구생활’식 말투에 열광할까.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제3자인 성우에 의한 ‘대리만족성 해설’에서 인기 원인을 찾았다. 배 교수는 “‘남녀탐구생활’은 사회생활에서 갖춰야 할 온갖 제약과 도덕성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싶은 한국 대중의 충동성을 제3자인 성우의 목소리 해설로 대신 만족시켜 준다”고 분석했다.
속마음을 숨기며 사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이 말투를 이용해 카타르시스를 분출한다. 조희제 문화평론가는 “동양 사람들은 에둘러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야기의 뜻을 맥락으로 파악하거나 속마음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녀탐구생활’ 말투는 제3자가 어떤 상황에 있는 당사자의 속마음을 읽어 주는 형식이라 통쾌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성우 서혜정 씨의 목소리 톤도 인기 원인이다. 서 씨의 내레이션은 감정 변화가 거의 없어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하는 “이런 우라질레이션” “이런 된장” 같은 표현은 사실상 욕설에 해당하지만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한 목소리 톤이라 욕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대중은 불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 이 말투를 애용한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 교수는 이 말투가 호소력과 호감도는 떨어지지만 중독성은 굉장히 높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예요’ 말투는 초당 성대의 떨림이 우리가 칭찬할 때 사용하는 ‘참 잘했어요’와 유사해서 편안함을 준다”며 “음성 파형도 단순해서 따라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