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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손택균]뮤지컬로 저예산영화 활로 뚫은 ‘마법사들’

입력 | 2010-01-19 03:00:00


뮤지컬 ‘더 매지션스’의 커튼콜이 잦아들더니 닫힌 막 위로 영화 상영용 스크린이 내려온다. 객석에는 영화를 보려는 관객이 하나둘 들어와 앉는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를 보는 이들도 있다. 몇 분 뒤 스크린에는 조금 전 무대에서 공연됐던 뮤지컬의 원작 영화가 비친다.

1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창조아트홀에서 뮤지컬과 원작 영화를 연속해서 보여준 특별시사의 풍경이다. 150석의 이 소극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공연 중인 뮤지컬 ‘더 매지션스’는 3개월 만에 누적 관객 1만 명을 넘었다. 이 뮤지컬은 2006년 개봉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영화 ‘마법사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이 인기를 끌면서 “원작을 보고 싶다”는 관객의 요청에 극장 측이 영화를 4년 만에 재개봉하기로 한 것. 공연 전용 극장인 창조아트홀은 영화 상영을 위해 1500만 원을 들여 스크린 등의 영사 시스템을 설치했다. 영화는 21일 재개봉한다.

정웅인 주연의 영화 ‘마법사들’은 1999년 ‘소풍’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송일곤 감독의 작품이다.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1시간 36분의 이야기를 단숨에 찍어낸 ‘원 테이크 원 컷’ 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관에서는 2006년 3월 4개 스크린에 걸었다가 2주 만에 내렸다. 저조한 흥행 때문에 DVD로 만들어지지도 못했다.

특별시사에서 원작과 파생 콘텐츠를 한자리에 앉아 보는 즐거움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대 뒤에서 의상과 분장을 바꾸는 뮤지컬과 달리 영화는 배우들의 분장 장면을 그대로 노출해 배경 전환의 시그널로 삼았다. 같은 줄거리를 풀어내는 두 장르의 상이한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밥을 먹었으면 발우(鉢盂·공양그릇)를 씻어야지” 등 인상적인 대사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방법도 뮤지컬과 영화가 달랐다.

송일곤 감독은 2001년 ‘꽃섬’으로 장편 데뷔한 뒤 ‘거미숲’ ‘깃’ 등 저예산영화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호평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의 호응은 미미했다. 쿠바를 배경으로 촬영한 최근작 ‘시간의 춤’은 지난해 12월 15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관객 수는 6000여 명에 그쳤다.

뮤지컬 ‘더 매지션스’의 흥행을 계기로 일어난 영화 ‘마법사들’의 재조명은 갈수록 위축되는 저예산예술영화 시장에 하나의 활로를 보여준다. 대중과 통하는 한 가지 길이 막혔을 때 좌절하고 주저앉을 것인가, 적극적으로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 그 결정과 고민은 창작자의 몫이다.

손택균 문화부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