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창조아트홀에서 뮤지컬과 원작 영화를 연속해서 보여준 특별시사의 풍경이다. 150석의 이 소극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공연 중인 뮤지컬 ‘더 매지션스’는 3개월 만에 누적 관객 1만 명을 넘었다. 이 뮤지컬은 2006년 개봉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영화 ‘마법사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이 인기를 끌면서 “원작을 보고 싶다”는 관객의 요청에 극장 측이 영화를 4년 만에 재개봉하기로 한 것. 공연 전용 극장인 창조아트홀은 영화 상영을 위해 1500만 원을 들여 스크린 등의 영사 시스템을 설치했다. 영화는 21일 재개봉한다.
정웅인 주연의 영화 ‘마법사들’은 1999년 ‘소풍’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송일곤 감독의 작품이다.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1시간 36분의 이야기를 단숨에 찍어낸 ‘원 테이크 원 컷’ 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관에서는 2006년 3월 4개 스크린에 걸었다가 2주 만에 내렸다. 저조한 흥행 때문에 DVD로 만들어지지도 못했다.
송일곤 감독은 2001년 ‘꽃섬’으로 장편 데뷔한 뒤 ‘거미숲’ ‘깃’ 등 저예산영화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호평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의 호응은 미미했다. 쿠바를 배경으로 촬영한 최근작 ‘시간의 춤’은 지난해 12월 15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관객 수는 6000여 명에 그쳤다.
뮤지컬 ‘더 매지션스’의 흥행을 계기로 일어난 영화 ‘마법사들’의 재조명은 갈수록 위축되는 저예산예술영화 시장에 하나의 활로를 보여준다. 대중과 통하는 한 가지 길이 막혔을 때 좌절하고 주저앉을 것인가, 적극적으로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 그 결정과 고민은 창작자의 몫이다.
손택균 문화부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