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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Q 정명훈의삶&음악] “그는 악보 암기의 神이죠”

입력 | 2010-01-20 07:00:00

□ 서울시향단원, ‘정명훈’을 말하다
악보 보고 지휘하는 경우 거의 없어
어떤 잡음도 잡아내는 소리의 예술사
실수? 되레 단원들이 진땀나게 하죠



 ‘마에스트로는 곧 절대다!’ 절대 음악의 교본.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그를 그렇게 평가했다. 사진은 서울시향 단원과 연습에 한창인 지휘자 정명훈.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로서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동거 동락한 지도 어느덧 6년째. 단원들의 눈에 비친 거장의 모습이 궁금했다.

서울시향 홍보실의 협조로 세 명의 단원을 연습실에서 만났다.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준 임가진(제2바이올린 수석), 에드워드 최(타악기 수석), 채재일(클라리넷 수석) 세 분께 감사드린다.

- 평소 정명훈 예술감독에 대한 단원들의 호칭은.

채: 처음부터 마에스트로(거장)라고 부르고 있다. (혹시 ‘정마에’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나?) 하하하! 설마. 아무도 없다.

- 연습실 분위기가 궁금하다. 의외로 엄하지는 않을까.


임: 옆에서 보면 긴장감이 상당하다. 지휘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단원들이 고도의 집중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긴장감이다. 사실 마에스트로는 리허설을 할때 농담도 자주 하고, 경험담도 많이 들려준다. 좌중이 웃음바다가 될 때도 많다. 그렇긴 해도 음악적인 긴장감은 어쩔 수 없다.

- 정명훈 감독을 보면서 ‘아! 정말 대단하다’하고 느껴지는 순간은.

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잘 안 들리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런 것은 사실 앞에서 잘 안 들릴 수도 있는데 딱딱 정확히 집어낸다. 다 알고 있다. 굉장하다!

채: 소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다른 지휘자와 확실히 다르다. 원하는 게 확고하다.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포기를 안 한다.

임: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제대로 된 사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단원을 도전시킨다. ‘이쯤이면 넘어가지 않을까’싶은데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최: 암보(악보를 외우는 것) 능력도 놀랍다. ‘거의’가 아니라 ‘퍼펙트’하게 외운다.

임: 단원들이 꼼짝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악보를 보고 지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협주곡 정도만 가끔 볼 정도다.

채: 베토벤도 아니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같은 난해한 곡을 암보로 지휘할 때는 경이로울 정도다.

지휘자 정명훈을 주제로 인터뷰에 응한 서울시향단원 임가진, 에드워드 최, 채재일(왼쪽부터).


- 정명훈 감독과 함께 한 지도 6년째이다. 서울시향은 무엇이 달라졌나.

임: 마에스트로와 우리의 목표는 ‘누가 와도 서울시향 고유의 사운드가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베를린필, 빈필은 세 살짜리 어린애가 지휘하든 80대 노인이 하든 고유의 사운드가 변하지 않는다. 그런 목표를 위해 우리도 힘껏 노력하고 있다. 5년 전에는 마에스트로가 있을 때가 100, 없을 때가 1이었다면, 지금은 그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 정명훈 감독도 무대에서 실수할 때가 있을 텐데.

채: 실수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실수를 해서 마에스트로를 당황하게 만들 때가 많다.

임: 협주곡을 할 때 솔리스트가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땐 실수가 바로 잡힐 때까지 그냥 지휘를 하다가,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단원들을 향해 슬쩍 웃는다. 사실 무대에서의 마에스트로는 거의 포커페이스에 가깝다.

- 혹시 마에스트로에게 섭섭한 점은 없나.

채: 우리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면 좋겠다.

임: 맞다. 마에스트로가 있을 때는 (서울시향의) 소리가 워낙 달라지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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