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일로 떠난지 1년도 안됐는데…
MBC-ESPN이 정수근을 해설자로 기용하기 위해 물밑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무기한 징계가 풀린 뒤 사직구장을 찾아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수근. 스포츠동아DB
MBC-ESPN 해설가 기용방침
“시기상조”…팬들 비난 불 보듯
잇단 불미스런 일로 그라운드를 떠났던 정수근(33·전 롯데)이 야구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방망이 대신 이번엔 마이크를 잡고 해설가 변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 TV인 MBC-ESPN이 올 시즌 그를 새로운 해설자로 채용할 방침을 세우고 정수근과 물밑 접촉을 통해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눴고, 해당 방송사는 최고위층의 의사 결정만 남은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정수근은 방송 해설을 ‘속죄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으며 그의 친동생인 정수성(히어로즈) 역시 “형이 최근 방송국으로부터 해설을 제의받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때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정수근은 지난해 9월 롯데에서 방출되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두 번째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은 뒤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방송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MBC-ESPN이 정수근을 해설자로 기용키로 한 데에는 야구계 원로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정수근이 현역 시절 누구 못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고, 남다른 야구 센스를 보였던 것도 그에게 해설직을 제안한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방송사는 여론의 추이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지 않은 일로 야구계를 떠난 지 1년도 채 안 된 상태라 현장에 복귀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비난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도 “MBC-ESPN은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고 있다. 여론 추이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음도 정수근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5년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단한 정수근은 15년 동안 통산 타율 0.280을 기록했고, 1998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다. 2005년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했고, 롯데 입단 첫해였던 2004년과 2007년에는 올스타전 MVP에 오르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2008년 8월 음주폭행파문으로 첫 번째 무기한실격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6월 징계가 풀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물의를 일으켜 결국 옷을 벗었다.
방송사의 우려처럼 그의 복귀 문제는 팬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수근은 19일 오후 내내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