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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10년을 토론한들 되겠나… 일단 먼저 해봐야”

입력 | 2010-01-20 03:00:00

中 최고명문 10년 사령탑 지바오청 런민大총장




지바오청 중국 런민대 총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베이징 하이뎬 구 총장 사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아시아 국가가 서로 시장을 확대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중국 명문 런민(人民)대 사령탑을 10년째 맡고 있는 지바오청(紀寶成·66) 총장은 중국 교육계의 유명한 개혁론자이다. 무역 분야에 밝은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명쾌한 논리와 거침없는 발언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를 알 수 있는 일화는 전통명절의 공휴일 지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2003년부터 전국인민대표(한국의 국회의원 격)를 맡아 전통명절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당시 중국은 춘제(春節·설날)를 빼고는 전통명절을 쇠지 않았다. 그는 2004∼2007년 내리 4년 동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추절, 단오절 등의 명절을 기념하자고 주장했고 마침내 관철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인들은 2008년부터 명절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또 지 총장은 런민대가 국제적 명문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한국을 수십 차례 방문해 적극적으로 한국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런민대에서 한국인 유학생은 1100명이 넘을 정도다. 중국 대학 가운데 한국 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한중 교류 확대]

“문화 통해야 마음 통해… 양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海淀) 구 런민대에서 총장을 만났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한중 양국의 교류가 지금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며 “더욱 폭넓고 깊게 교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중일 자유무역지대에 대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바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교류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

“한중은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산업화 정도와 지리환경, 자원 등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문화적 교류를 강화하고 상보적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을 필요로 하고 한국도 중국이 필요하다. 중한관계가 끊어진다고 생각해보라. 양측에 큰 손실이 자명하지 않겠나.”

―문화적 공통점이라는 게 무엇인가.

“사유 방식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서방이 동아시아만큼 아이의 교육을 중시하는가. 동아시아는 ‘아들이 용이 되고, 딸이 봉황이 되기를 바라는(望子成龍 望女成鳳)’ 의식이 강하다. 아시아인은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비록 최근 100∼200년 내 한중일 3국은 전쟁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있다. 그 때문에 미래를 위해 문화와 교육 교류가 크게 강화돼야 한다.”

―왜 문화와 교육 교류가 중요한가.

“진정한 우정은 경제적으로 서로 이익이면서도 문화적으로 통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통한다. 문화의 불화가 없으면 마음의 불화도 없다. 미래의 지도자를 기르는 곳이 학교다. 따라서 양국의 교육계가 문화 교류의 토대가 돼야 한다. 대학교는 물론이고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지금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3국 정부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추진해야 한다. 민간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도 기금을 설립하고 많은 장학금을 제공해야 한다. 중국에는 한류(韓流)가 있는데 한국에 한류(漢流·중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없는 게 안타깝다.”

―한국에서도 문화와 교육 교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중국도 나 혼자만이 아니다. 정말 많은 중국인이 희망하고 있다. 중국 인민의 바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가지도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한중일 3국은 대대로 친해야 하는 국가다.”

―경제적 측면은 어떤가.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의가 나온다.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게 확실해졌다. 아시아 국가들은 상호 간에 시장이 돼야 한다. 자유무역지대가 되면 아시아시장의 잠재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 각국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농산물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FTA 체결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방면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면 해결 못할 바는 아니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해결할 수 있다. 더 많은 전문가가 나서고 실천해야 한다. 10년 동안 토론하는 것보다 1년 토론한 뒤 실천하는 게 훨씬 낫다. 실천하면서 토론하고, 토론하면서 실천해야 한다. 실천 중에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고 문제를 더 깊게 볼 수 있다. 양국 지도자의 임기는 한정돼 있다. 토론만 하다가 아무 결론도 못 낸다면 무슨 소용이냐.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바로 시작하자.”
[강대국 中 위상]
“G2 원치않아…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게 세계공헌”


―중국은 G2로 불리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부상하고 있다.

“G2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사실도 아니고 중국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그럴 능력도 없다. 최근에야 미국이 중국과 더 많이 접촉하고 상의하려 한다. 최근 불거지는 문제들이 양국에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 상관없는 문제는 상의하지 않는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파병문제를 중국과 상의했는가.”

―중국식 발전모델인 ‘베이징 컨센서스’에 주목하는 나라도 많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부터 덩샤오핑(鄧小平) 등까지 자기의 길을 걸어왔다. 자기의 길이란 다음과 같다. 중국은 너무 넓고, 인구가 너무 많고, 너무 가난했다. 서방의 이론으로 현재 중국의 발전을 해석할 수 없다. 중국이 붕괴할 것이라든가 위험하다는 예언은 수없이 제기됐고 지금도 나오지만 맞은 적이 없다. 중국식 발전은 중국 문화와 함께 연결해서 봐야 한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효(孝)문화’를 연구하고 있단다. 효는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관념이다. 중국식 발전 모델은 이런 것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방이 만들어 낸 개념인 베이징 컨센서스에는 이런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중국은 대국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일본을 곧 추월해 세계 2위에 오른다. 세계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중국이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것이 세계에 공헌하는 일이다. 중국인 1억 명이 배를 곪는다면 세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때문에 중국이 인민을 먹고살게 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공헌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세계에 공헌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기 일을 먼저 한 뒤 힘이 닿는 범위에서 세계의 가난하고 뒤처진 국가를 돕겠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과 함께 환경 등 인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中 성장통 어떻게]
“낮은 교육의 질 - 직업난, 사회 인식 변해야 해결”


―화제를 돌려보자. 중국의 고등교육 현실을 소개해 달라.

“2002년 고등학생 가운데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15%에 들어섰다. 현재는 23∼24%에 이른다. 고등교육이 대중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610만 명의 대학졸업생이 나왔다. 올해는 50만 명이 증가해 6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년에 100만 명에 불과했던 때가 얼마 전이다. 이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 교육의 질 저하, 직업난 등 부작용도 나온다.”

―직업난도 심각하다.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우리의 직업관이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농촌은 대학생들을 필요로 하지만 졸업생들은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두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만 일하기를 원하면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농촌에도, 낙후된 서부에도 가야 한다. 대중화된 직업이 없으면 대중화된 고등교육도 없다. 정부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 각 계층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다.”

―10년째 총장을 맡고 있다. 런민대를 소개해 달라.

“런민대는 중국의 명문 대학이다. 문과생의 경우 각 성에서 150등 안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다. 이과생의 경우 500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 이처럼 우수 학생들이 오는 대학 중 하나다. 교수진 역시 중국 일류다. 런민대 졸업생에 대한 평가는 ‘믿을 만하다(可고)’와 ‘쓸모 있다(好用)’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런민대 취업률은 97∼98%에 이른다. 해마다 6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추천을 희망하는 일자리는 3만여 개에 이른다. 학생들이 5개의 일자리 가운데 1개를 골라간다는 얘기다.

―런민대 인재상은 무엇인가.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국제적인 시야가 넓으며 창의력과 실천력, 품성을 겸비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독서를 많이 하게 하고 사회를 접촉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화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학을 보내고 외국 유학생을 받는 정책을 펼쳐왔다. 한국과의 인연은 깊다.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한국의 18개 대학 및 기구와 교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 독자에게 할 말은….

“올해도 더 많은 성취를 이루길 빈다. 교육자로서 런민대가 한국 국민과 교육계, 지식사회의 중국분야 학술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중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중한 양 국민의 우의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中 교육개혁가 - 경제학자’ 지바오청 총장

―1944년 장쑤(江蘇) 성 양저우(揚州) 출생
―1966년 베이징(北京) 공상대 학사
―1981년 베이징 런민(人民)대 경제학 석사
―1981∼91년 런민대 경제학 부교수 교수 교무장 등
―1996∼2000년 교육부 직속 고등교육사 사장, 발전규획사 사장
―2000년∼현재 런민대 총장(부부장급)
―10대(2003∼2008년), 11대(2008∼2013년) 전국인민대표
―고려대, 일본 소카(創價)대 등 명예박사 학위
―주요 저서: ‘상업활동론’ ‘상품유통론’ ‘체제와 발전’
‘발전과 번영’ 외 인문사회과학 저서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