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1월 1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일본 총리는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서명했다. 일본의 안보를 미국이 책임지는 대신 일본에 미군 기지를 설치한다는 게 조약의 핵심이다. 당시 체결된 핵 탑재 미 항공모함의 일본 기항 묵인 등 일련의 ‘미일 핵 밀약’은 조약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이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동시에 체결한 기존의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냉전 심화 등 국제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해 개정한 것이었다. 조약은 이후 50년 동안 미일동맹을 굳건히 받쳐온 반석이었다.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경제에 진력했던 데 힘입은 바 크다. 미국 또한 일본을 주요 근거지로 삼아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공산주의 확산 저지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양국이 지난 50년간의 동맹체제에 만족하면서 새로운 50년을 기약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약 50주년을 맞은 19일. 성대한 ‘기념일’을 맞은 양국의 모습은 다소 썰렁했다. 50년 전 조약의 핵심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군기지 제공’과 ‘핵 밀약’을 밑바닥부터 흔들고 싶어 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일본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경제 발전을 누려올 수 있었던 것은 일미 안보체제 덕분”이라는 담화를 발표했지만 미국과의 흔쾌한 합창은 아닌 듯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별도의 담화를 발표할 것이란 소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텍사스 별장에서 만나 우의를 과시하던 4, 5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1960년 국제 상황의 변화에 맞춰 안보조약을 개정했던 양국은 1996년엔 옛 소련 붕괴 등 냉전 해체라는 세계질서 재편을 맞아 ‘미일 안전보장 공동선언’으로 미일동맹을 재정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이후 세계는 또다시 큰 변화와 도전을 맞았다. 양국 모두 방재 의료 보건 환경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동맹이 필요하다는 말은 곳곳에서 넘친다. 그러나 행동이 뒤따를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국 정부 어디에서도 새 동맹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50년의 세월만큼이나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미일관계의 현주소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