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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인천시 “청라지구 개발 우리가 하겠다”

입력 | 2010-01-20 03:00:00

“LH는 아파트만 관심… 업무타운 지지부진”
투자유치 진척 위해 사업시행권 인수 추진
LH 난색… 市“납득할 만한 조건 내걸겠다”




 아파트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인 서구 청라지구. 청라지구는 ‘국제금융허브’와 ‘관광레저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으나 이에 필요한 주요 투자유치사업은 늦어지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의 3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하나인 청라지구 개발사업을 인천시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시에 따르면 청라지구 개발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사업시행권을 넘겨받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LH의 청라지구 개발실적과 문제점 분석, 사업시행권의 인수 절차와 범위, 타당성 등을 따져본 뒤 필요할 경우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시가 청라지구 개발사업 인수에 나선 것은 당초 계획한 ‘국제금융허브’와 ‘관광레저도시’로 조성하는 데 필요한 주요 투자유치사업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2005년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LH가 아파트 건설사업에만 관심을 갖고 나머지 투자유치사업은 외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면적이 17.8km²에 이르는 청라지구에는 국제업무타운과 학술·연구단지, 골프장, 로봇랜드, 자동차부품단지 등 모두 8개의 굵직한 투자유치사업이 계획돼 있다. 현재 공사가 시작된 사업은 골프장뿐이다. 국제업무타운은 세계무역센터(WTC)를 건립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유치가 실패해 진척이 거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용지의 81%를 당초 계획과는 달리 테마파크와 주거·상업지역으로 개발하기로 바꿨다. 서울대와 KAIST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학술·연구단지는 아직 개발계획도 세워지지 않았다.

반면 짧은 기간에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아파트 개발사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모두 43곳에 이르는 공동주택 용지는 건설회사에 대부분 매각됐으며 이 가운데 29곳은 현재 분양이 마무리된 상태다.

LH의 아파트 위주 개발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던 시는 LH와 그동안 수차례 부닥쳤다. 2007년 시가 청라지구에 로봇랜드 건립사업을 추진하자 해당 용지에 레저·스포츠단지를 계획하고 있던 LH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자동차부품단지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을 빚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수년간 되풀이되자 시가 올해 칼을 뽑아든 것이다. 시는 사업시행권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LH 등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인수가 결정되면 시가 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한 기업과 연구기관 등을 청라지구에 배치해 개발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제3연륙교(청라지구∼인천국제공항) 조기 건설과 서울지하철 7호선 연결사업 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LH가 청라지구 내 상당수 용지를 매각한 상태에서 그 개발이익을 정산하는 데 양측이 합의하기 매우 어려운 데다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에 시의 사업시행권 인수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다.

시 관계자는 “국제금융허브와 관광·레저도시를 만들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개발사업 시행권 인수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투자유치 사업이 지연됐을 뿐 시행권을 넘길 이유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