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원로인 정의채 몬시뇰은 어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여당과 야당이 싸우는 것은 많이 봤지만 여당 안에서 이렇게까지 싸우는 것은 못봤다"고 말했습니다. 정 몬시뇰은 "국민이 대선에서 여당을 절대적으로 밀어준 것은 분당(分黨)하라고 밀어준 것이 아니다. 집안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천하를 다스리겠다고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 및 한나라당 주류의원들과 이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측 간의 토론이 꽉 막혀 있는 답답한 현실을 꼬집은 것입니다. 정몽준 당 대표도 "한나라당이 중요한 시험대에 놓여 있다. 집권여당 내부 의견충돌 때문에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면서 "당내 소통이 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수정안이 당론이 돼도 반대할 것"이라며 이른바 '원안+알파'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친이 의원들 쪽에서는 "토론하지 말자면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새겨듣고 국정에 반영해야 할 여당이 당안에서부터 대화 토론이 막혀 있다면 당연히 국민 보기에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부터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주요 정책에 대해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면 여당 내부에서는 치열하고 꼼꼼하게 그 효과와 부작용 여부를 토론하고 점검해 원안을 채택하거나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조정할 것은 조정해 대안을 만드는 것이 민주정당의 시스템입니다. 당내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당론 채택 여부를 판가름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