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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여는 젊은 국악인들]여성민요그룹 ‘아리수’

입력 | 2010-01-21 03:00:00


담백하지만 강렬… 국악계 ‘빅마마’

《2000년대 들어 제법 많은 국악그룹과 연주단체가 등장했다.
그러나 ‘민요’를 들고 나온 그룹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저희도 그게 궁금했어요.
민요가 이 시대에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갖는다면 어떤 의미일지 고민하다 보니 여기 왔네요.”》

‘아리수 밴드’ 멤버들인 견두리 김주영 박인혜 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세 사람은 “민요로도 홍익대 부근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 못지않게 젊은 층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네모 안은 음악감독 조미정 씨. 원대연 기자

여성민요그룹 ‘아리수’(대표 왕규식)를 이끄는 조미정 음악감독의 말. ‘아리랑+나무(樹)’를 뜻하는 아리수는 각각 판소리와 경서도민요를 전공한 여성 국악인 7명으로 구성됐다. 2007년 1집 음반 ‘아리랑 나무를 심다’를 발매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북촌 창우극장에서 열린 ‘천차만별 콘서트’에 이들 중 판소리를 전공한 박인혜 김주영, 경기민요를 전공한 견두리 씨가 피리, 해금, 기타, 드럼과 함께 구성한 ‘아리수 밴드’가 대상을 받았다.

시상식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국악 팬들은 ‘국악계의 빅마마가 등장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저희들도 새로 탄생하는 계기였어요. 거의 매일 연습하면서 마음으로 의지하며 노래할 수 있었거든요.”(김주영)

공식 창단은 2006년이지만 아리수의 뿌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미정 감독이 대학 재학 중 활동하던 전국 민요 연구회 ‘아라리오’가 해산된 것을 아쉬워하다 2004년 예전 아라리오 단원과 새 단원들을 모아 당시의 대학로 문예회관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열었다. 당시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자산으로 부정기적으로 연습과 공연을 하다 마침내 ‘아리수’로 정식 결성을 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됐다. 제주 민요 ‘너영나영’에서 경상도의 ‘상주회상가’, 전라도의 ‘진도방아타령’, 황해도 ‘연평도 난봉가’까지 전국에서 불리던 민요가 이들의 기본 레퍼토리다.

창법 자신감 바탕 현대음악 접목도 통해
홍대앞 인디밴드 필적할 국악밴드 목표

무엇이 이들이 노래하는 민요를 ‘뜨게’ 만들었을까. 박인혜 씨는 “녹음 등의 작업을 할 때 ‘판소리와 경기민요의 탄탄한 기본 음색을 갖고 색다르게 변용해서 노래하니 시원시원하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기로는 아무 서양 선율이나 연주하면 ‘퓨전 국악’으로 들리지만, 노래로는 어설픈 국악 창법을 쓰면 가요처럼 들리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뒤집어 해석하면 현대의 음악어법과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지만 창법에 있어서는 튼튼히 전통에 뿌리박고 있는 이들의 자신감을 설명한다.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도 “민요를 제대로 된 발성으로 부르는 이가 부족한 요즘 ‘아리수’가 부르는 솔직 담백하고 강렬 시원한 노래가 무척 값지다”고 말했다.

이들이 예부터 내려오는 민요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민요가 살아 있는 이 시대의 음악이 되려면 오늘날 창작한 음악도 ‘21세기 민요’로 소화해야 한다고 견두리 씨는 설명했다. 1집 앨범을 여는 노래도 이들이 공동작곡한 ‘아리랑 나무에 꽃피다’를 택했다.

앞으로 ‘아리수’는 세 가지 편성을 주축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여성민요그룹 아리수’가 7명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3명이 주축이 된 ‘아리수밴드’가 ‘홍익대 앞 인디밴드에 필적할 국악밴드’를 표방하며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간다. 또 다른 4명은 올해를 음악극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맹연습에 들어갈 계획이다. 2집 앨범도 3월 말 내놓는다.

아리수 카페에서 이들이 참가한 천차만별 콘서트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cafe.daum.net/ari-su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