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험-韓기술 합작 ‘환경명품’ 낳다中오염된 흙 - 오폐수 연구하고韓분석자료 바탕 맞춤제품 내놔
박철 켐스필드상하이 지사장(왼쪽)이 현지 직원과 함께 중금속 제거제인 ‘Na3T-15’의 판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환경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Na3T-15를 현지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제품으로 재개발했다. 상하이=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국내 환경벤처기업인 켐스필드코리아는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을 주목해 왔다. 중국이 2011년부터 12·5계획(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며 환경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오랜 연구개발(R&D) 끝에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토양 오염을 제거하는 제품의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R&D 전략인 국제연계개발(Connect & Development) 기법이 적용됐다. C&D는 국가 간, 기업 간 공동연구를 통해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내는 전략이다. 미국 GE가 C&D 전략을 통해 풍력발전사업의 수익률을 3년 만에 4배로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하이의 연구진이 풍차 날개의 조정 장치를 디자인하고 인도 벵갈루루의 엔지니어들은 터빈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학 모델을 만드는 등 다국적 공동 연구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 “중국 흙은 중국 연구소가 분석”
이 회사는 2008년 5월 중국의 상하이환경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시작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상하이환경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접근을 막고 있는 곳의 토양을 비롯해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쑤저우허 강 바닥의 침전물까지 분석한 자료를 이 회사에 제공했다. 켐스필드코리아는 이 정보에 맞춰 한국에서 개발한 중금속 제거제인 ‘Na3T-15’를 중국에 맞게 재개발했다. 이 제품은 액체 속 중금속을 정화하는 제품이지만 중국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토양오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액체로 된 이 제품을 뿌리기만 하면 흙 속에 포함된 납, 수은 등 중금속이 환경에 해가 없는 화합물로 바뀌었다.
이 회사는 다음 달 상하이 인근 자딩취 지역의 토양오염 구역을 정화하는 실증 실험을 할 예정이다. 실험에 성공하면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박철 켐스필드상하이 지사장은 “상하이환경연구원과 협력하면서 난항을 겪던 문제가 속속 해결되고 있다”며 “유럽의 경쟁 제품에 비해 가격과 효과 등이 우수해 연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 과학기술과 중국 현지 경험 합쳤다
이 밖에도 C&D의 사례는 많다. 국내 환경벤처 에코데이는 25건의 특허를 보유한 오폐수 처리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상하이 인근 옌청 시에 있는 폐수처리기업 미요미요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현지 기업들이 배출하는 폐수가 모이는 곳인 만큼 현지화 연구에 최적의 장소였다. 2년간 연구한 결과 에코데이의 폐수처리 기술이 중국에서 골치를 썩고 있는 염색폐수 처리에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민세영 에코데이 전무는 “기술개발을 마치자 베이징, 쓰촨 성, 상하이 등의 현지 폐수처리 기업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수출상담 액수만 25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