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자신의 무능함을 병으로 여기지,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
중국 晉(진)나라 때 杜預(두예)는 자기 이름을 영원히 전할 방법을 생각해서 ‘춘추’의 해석서인 ‘춘추좌씨전’에 주석을 달고 낙양성 동쪽 수양산에 자기 무덤을 미리 만들고는 墓表(묘표)에 새길 글을 직접 지었다. 그리고 자기 공적을 기록한 비를 두 개 만들어 하나는 峴山(현산)에 세우고 하나는 漢水(한수)에 빠뜨려 두었다. 일반적인 사람은 죽은 뒤에 이름이 잊힐까 염려할 겨를은 아예 갖지도 못하고 살아 있는 동안에 자기 이름이 드러나지 못할까 봐 염려하고는 한다. 그렇기에 자기의 무능함은 탓하지 않고 남이 자기를 몰라준다고 투덜거리기 일쑤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공자는 그렇게 투덜거리지만 말고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라고 가르친다.
病은 患과 같다. 마음에 걸쳐두고 염려하는 것을 말한다. 無能은 才能이 없음이다. 人之不己知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이다.
공자는 ‘學而(학이)’에서 ‘不患人之不己知(불환인지불기지)요 患不知人也(환부지인야)니라’ 하고 ‘憲問(헌문)’에서는 ‘不患人之不己知요 患己不能也니라’고 했다. ‘學而’에서는 남의 옳고 그름과 간사하고 정직함을 잘 分辨(분변)하라 한 것이고 ‘憲問’에서는 자기 자신의 무능함을 직시하라고 한 것이다. ‘衛靈公’의 이 章은 후자와 통한다. 공자는 군자라면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병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무능함을 병으로 여긴다고 말하여, 제자들에게 내면을 닦아 자신을 충실하게 하는 專內實己(전내실기)의 공부에 힘쓰라고 거듭 촉구한 것이다.
‘里仁(이인)’에서 공자는 ‘不患莫己知(불환막기지)요 求爲可知也(구위가지야)니라’고도 했다. 정말로 우리는 ‘알려질 만한’ 사람이 되도록 먼저 힘써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