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관련 MBC PD수첩의 고의적 왜곡을 처음 폭로했던 정지민 씨는 재판이 끝난 뒤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공동번역과 감수를 맡았다. 광우병 방송 두 달 만에 PD수첩이 “일부 의역(意譯)을 해 오해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해명하자 “문제는 번역이 아니라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라고 정면반박한 사람이 바로 그다. 해명에서 밝혔듯이 왜곡은 PD수첩 측도 인정한 바다. 다만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20일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정 씨는 “허위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판결에 제작진이 오히려 당황했을 것 같다”고 했다.
▷‘동기가 있는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를 찾고, 이에 맞지 않는 정보는 외면하며, 사실이 믿음과 어긋날 때는 믿음 아닌 사실을 버린다는 것이다. 정 씨도 “판사가 처음부터 무죄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판사를 고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