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e편한세상 광고제작을 위해 대림산업 임직원들을 인터뷰할 때의 느낌이 바로 ‘황당할 정도로 치장할 줄 모르는 회사’라는 것이었다. “저희가 잘하는 게 별로 없어서…”라는 말 속에 숨겨진 묵직한 내공이 느껴지는 실체들은 매우 놀라웠다. 마치 대대손손 농사에 매진해 알짜배기 통장을 잔뜩 가지고서도 정작 선 보러 나가서는 “제가 내세울 게 하나도 없어서…” 하며 얼굴 붉히는 순진한 농촌 총각 같은 이 e편한세상 브랜드로 어떻게 소비자 마음을 끌 수 있을까. 과제는 쉽지 않았다.
“답은 역시, 진심 아닐까요?” 광고 캠페인 테마는 그렇게 나왔다. 사실 e편한세상에 대한 TBWA코리아의 가장 솔직한 감상이었다.
‘할 이야기가 무척 많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같다’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두 표현이 ‘진심이 짓는다’는 광고 전략의 핵심일 것이다. 1차 광고 캠페인 세 편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한 달간 수집한 e편한세상의 진정 어린 ‘실체’들을 선별해 40개의 광고 소재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소재들을 모두 ‘진심’이라는 테마로 묶어 해석했다.
내용은 물론이고 광고 형식에서도 진정성을 추구하자는 것이 TBWA의 의지였다. 진심을 전하기에 충분한 호흡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광고의 최대 4배 길이로 소재를 만들었다. 광고적 기교나 기존 건설광고에서 흔히 등장하던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고 모든 촬영은 실제 e편한세상이 지은 건축물 안에서만 진행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더 멋진 이미지와 근사한 표현법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기 어려웠지만 이런 세세한 형식을 통해서도 e편한세상의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진심이 통한 걸까. 그 집에 살지도 않는 스타가 나오거나 해외에나 있을법한 풍경을 보여주는 기존 아파트 광고의 관행을 꼬집으며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라고 말하는 ‘진심의 시세’ 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6편의 광고를 선보인 후 세 번째 진심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 지금, e편한세상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 최근 경쟁사 아파트 광고에서 유명 연예인 모델이 등장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며 e편한세상 광고의 영향력을 실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 나는 조금 다른 해석을 해보기도 한다. 바로 사람들 마음속엔 ‘숙맥’을 응원하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모두 자기 치장에 열을 올려 도리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되는 자기표현 과다의 시대. 그래서 오히려 진심을 무기로 우직하게 말을 건네는 이 광고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 광고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과장이겠지만 적어도 세상을 비추는 좋은 창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갖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e편한세상처럼 진심 어린 브랜드의 진실한 광고를 더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