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경제학 / 폴 콜리어 지음·류현 옮김 / 420쪽·1만8000원·살림
우리나라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경우다. 중국과 인도도 경제발전에 나서 ‘가난한 나라’ 그룹에서 벗어나고 있다. 못사는 나라들이 하나둘씩 경제 발전을 통해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수십 년간 지구상 인구의 6분의 5에 해당하는 수많은 국가가 개발도상국이라 불렸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경제적 성공을 거두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는 상대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발전의 길을 가는 데 비해 말라위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들은 밑바닥 국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지구상에는 약 50개의 실패하는 밑바닥 국가가 있다. 독립 이후 34번의 쿠데타를 겪은 아이티도 이런 밑바닥 국가에 속한다. 주로 아프리카 중남미에 있는 이들의 인구는 약 10억이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존의 정의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과 소말리아를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고, 이런 잘못된 정의로 밑바닥 10억 인구의 빈곤 문제는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이 두 부류로 갈라지는 현상이 지속되면 세계는 80%의 잘사는 나라와 20%의 못사는 나라로 갈라질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이 책은 특히 밑바닥 국가들의 나쁜 정치 현실을 외면한 채 천연자원의 확보에만 골몰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예컨대 중국인들의 노골적인 자원 외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면피를 위해 중국에 손을 벌렸고 중국은 기꺼이 환영했다. 2006년 중국 부총리 쩡칭훙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연방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며 이들 국가의 정치 현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발 원조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나쁜 정권을 지원하는 원조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라고 지적한다. 원조 수혜국이 잘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원조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밑바닥 국가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원조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개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군사적 개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밑바닥 국가들은 분쟁을 끝내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야 발전할 수 있는데, 자체적으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신속대응군처럼 국제협력에 의해 창설된 군대가 신속히 개입해 쿠데타를 막고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박영균 기자 parkyk@donga.com▼ 숨은 ‘1인치’를 찾아라 ▼
히든 마켓 / 김종현 지음 / 264쪽·1만3000원·리더스북
일본 오지제지의 한 간부는 1961년 영국 런던의 레스토랑에서 먹은 훈제연어가 오지제지의 공장이 있는 홋카이도의 히다카 연안에서 잡힌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나무의 특성을 잘 아는 제지업체가 나무를 태워 만드는 훈제연어도 잘 만들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발상의 전환 덕분에 일본 최고의 훈제연어인 ‘오지사몬’이 탄생했다.
▼ 실수없는 실행은 없다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 제프리 페퍼, 로버트 서튼 지음·안시열 옮김 / 392쪽·1만8000원·지식노마드
회사의 지식경영도 저자들의 시각에선 문제다. 지식경영은 팩트, 통계 같은 체계화된 정보를 저장하고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업무 수행에 본질적으로 중요하더라도 서술하거나 체계화하기 어려운 지식은 저장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저자들은 지행격차를 줄이려면 간부들부터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을 먼저 보여야 하고, 실수 없는 실행은 없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