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판매사 이동제 오늘부터 시작공모펀드부터 먼저 적용휴대전화 번호이동처럼환매 않고 갈아탈 수 있어고객유치 경쟁 불붙을 듯
경기 부천시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강경희 씨(39)는 금융위기 직후 펀드가 반토막 날 때도, 새해 들어 주식시장이 급변동할 때도 펀드를 판매한 은행에서 아무런 ‘조언’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강 씨가 가입한 주식형 펀드에서는 순자산액의 연 1.2%가 ‘판매 보수’라는 명목으로 꼬박꼬박 빠져나갔다. 최근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강 씨는 “펀드판매 이후 사후 관리라곤 전혀 없었는데 매년 보수를 챙겨가는 것은 은행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강 씨는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에 이번에는 제대로 된 판매사를 고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25일부터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다. 펀드 가입자들이 휴대전화 가입자처럼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증권, 은행, 보험사 등 펀드판매사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게 된 것이다.
○ 펀드판매사 어떻게 옮기나
해당 펀드 가입자 가운데 판매회사를 바꾸고 싶은 사람은 신분증을 갖고 옛 판매회사를 방문해 계좌확인서를 발급받는다. 인터넷뱅킹 공인인증서가 있다면 온라인으로 신청해 출력해도 된다. 이렇게 발급받은 계좌확인서와 신분증을 갖고 영업일 기준 5일 안에 새 판매회사를 방문해 계좌개설을 신청하면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만든 중계시스템을 통해 펀드 판매회사가 변경되는 데는 하루가 걸린다. 새 판매사의 계좌로 펀드를 옮기는 절차를 마치고 난 다음 날부터 펀드에 추가적립하거나 펀드를 환매를 할 수 있다.
○ 판매사 간 격전 예고
펀드판매사 이동제도가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3개월에 한 번 정도 계좌잔액과 수익률이 담긴 운용보고서를 고객에게 배달하는 것만으로 순자산액의 0.823%(모든 유형 펀드의 평균)에 이르는 판매보수를 매년 떼어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을 빼앗기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판매회사의 고객도 유치할 수 있다.
사후 판매서비스에서 은행, 보험보다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펀드를 갈아타는 고객에게 종합자산관리통장(CMA) 이자를 연 5∼9% 범위에서 1년간 주는 ‘빌리브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다른 회사가 4%대 이자를 주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2배까지 받을 수 있다. IBK투자증권은 펀드 가입 시 납입금의 일정 금액으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주식워런트증권(ELW) 상품을 사서 주가 하락 시 손실을 보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펀드 가입자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연락해주는 ‘펀드 알리미 서비스’를 도입했다.
삼성증권은 고객이 원한다면 타사에서 가입한 펀드에 대해서도 상담 및 보고서 제공을 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해 고객의 재무목표에 맞도록 개별 자산배분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SK증권은 판매사를 옮기는 고객에게 모바일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