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의형제’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비슷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세대가 다른 두 남자의 대결이란 점에서는 영화 ‘추격자’가 떠올랐고,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이란 구도에선 드라마 ‘아이리스’가 연상됐다. 어쩔 수 없는 ‘사전 시청 효과’였다. 이런 연상 작용은 송강호를 만난 뒤 절반이 사라졌고 이후 ‘의형제’를 시사회에서 보면서 완전히 없어졌다.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영화를 “사람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두 남자의 소통”이나 “인간미”라는 말도 자주 꺼냈다.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송강호와의 인터뷰에선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송강호가 대수롭지 않은 투로 최근에 “술 한 잔 했다”거나 “밥 먹었다”고 꺼낸 주변인들은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 배우 최민식 그리고 정재영 등이었다. 20년 지기 김윤석과의 추억, 김옥빈과 강동원과의 작업을 돌이킬 때도 애써 꾸미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사람 이야기에는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와 인터뷰를 하고 난 뒤 본 ‘의형제’는 송강호의 설명대로 인간애가 짙게 풍겨나는 영화였다. ‘추격자’와 ‘아이리스’라는 단어는 더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이든 포장하지 않으려는 배우, 자신 있어 솔직한 배우가 송강호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