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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미국의 중국 열풍

입력 | 2010-01-25 03:00:00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로 지내며 미국에 불고 있는 중국 열풍을 실감했다. 하버드대만 해도 중국어를 포함한 중국 관련 강좌가 250여 개나 되고 매주 열리는 사회과학 분야 세미나의 절반가량이 중국 문제를 다뤘다. 페어뱅크센터가 주최한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 세미나는 나흘에 걸쳐 정치 경제 군사 문화를 포함해 중국의 다양한 측면을 해부하다시피 했다. 정 교수는 중국 관련 강의와 행사에 수많은 학생과 전문가들이 몰려드는 것에 놀랐다.

▷대학뿐이 아니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중국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중국 담당부서를 신설해 치열한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손튼 중국센터’는 6명의 연구위원이 미중(美中)관계와 중국 연구를 전담한다.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던 헤리티지재단도 최근에는 미중 협력을 강조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을 뒤덮은 중국 상품처럼 중국 열풍이 연구기관과 대학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초중고교의 중국에 대한 관심도 못지않다. 미 응용언어학센터(CAL) 조사에 따르면 중국어를 가르치는 초중고교가 10년 전 300개교에서 2008년 1600개교로 급증했다. 대학과목 선이수제(AP) 시험에서도 중국어 응시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에는 스페인어 프랑스어에 이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속의 중국어 열풍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국어 수출 정책도 한몫했다. 중국의 중국어 국제화추진기구인 한반(漢辦)은 2006년 이후 300여 명의 중국어 교사를 미국에 파견했다. 한반은 교사의 연봉 가운데 1만3000달러를 지원한다. 한반은 중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교장과 교육 관계자를 초청하는 사업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열풍은 큰 변화를 예고하는 바람이다. 미국과 중국의 소통이 확대되면 양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차이메리카 시대’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우리에게 미국은 동맹국이고 중국은 지척의 이웃이다. 이들의 관계 변화는 우리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미국의 중국 열풍을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 질서의 재편을 촉진하는 거대한 물결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