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금융위기 이후 주주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에도 전반적인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엄격한 분리’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규제’ ‘금융기관 전반에 걸친 자기자본 규제 강화’ ‘금융기관의 회계 인식 기준 강화’ 등이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금융 규제의 강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논의에만 그쳤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가 폭락세는 계속됐고 금융기관의 신뢰도 저하에서 비롯된 시스템 리스크는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규제 논의는 금방 자취를 감췄고 오히려 반대 조치들이 시행됐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시가평가 기준 완화가 대표적이다.
이제 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형은행 규제 법안이 법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여러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내용도 순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증시가 이미 지난주 후반 급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단기 악재로서의 파괴력도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논의 자체가 주주들에게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증권화된 금융 상품 매매와 투자를 통한 수익 추구로 성장해 왔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나라이며 유동성 공급은 투자라는 형태로 이뤄졌다. 어떤 식이든 투자에 대한 규제는 미국 이외 국가의 금융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시스템의 안정과 공동체의 규범적 가치의 추구라는 점에서 미국 금융규제 법안의 의미는 적지 않지만 주주들에게는 결코 좋은 내용이 아니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