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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섹션 피플]에리크 쉬르데주 LG전자 프랑스 법인장

입력 | 2010-01-26 03:00:00

소니, 한순간 자만에 1등 뺏겼다
도전정신 잃는 순간 위기로…경쟁 즐기는 LG 맘에 들어




“소니는 스스로 너무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졌습니다. LG전자는 1위에 올라서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해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를 모두 거친 에리크 쉬르데주 LG전자 프랑스 법인장(54·사진)은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 기업의 선례가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를 이같이 강조했다. 쉬르데주 법인장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소니, 도시바 등 대표적인 일본 전자업체에서 약 10년간 일한 바 있다.

“소니의 제품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소니는 자기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 너무 확신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해외 시장에서 투자 속도를 늦췄죠. 결국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만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LG전자는 1위에 오르더라도 도전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쉬르데주 법인장은 도전 정신은 시장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린아이들도 새로운 전자제품을 쓰는 등 정보기술(IT)이 생활 속으로 녹아 들어가 2년 내에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며 “1등이 되면 더욱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청소기 브랜드 ‘다이슨’, 아이폰을 만든 미국 ‘애플’ 등을 좋은 선례로 꼽았다. 두 업체는 정상에 오른 뒤에도 도전에 대한 긴장을 놓치지 않은 점이 공통적이다.

“다이슨은 앞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부지런히 발명해 성공했습니다. 항상 발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했죠. 애플은 한때 성공했다가 추락한 뒤 다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들고 나와 성공한 바 있습니다.”

다이슨은 2005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40년 전 비틀스가 미국을 휩쓴 이래 처음으로 영국 제품이 미국을 정복했다”며 극찬한 회사다. 좀처럼 변화가 없던 청소기 시장에서 신기술로 혁신을 낳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 기업과 비교할 때 LG전자에서의 특별한 점을 꼽아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쉬르데주 법인장은 망설이지 않고 ‘경쟁을 즐기는 문화’라고 답했다.

“LG전자는 경쟁을 즐기고 장려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유독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갖고 밀고 나가는 점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점이죠. 일본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경쟁을 즐기는 진취적인 분위기는 쉬르데주 법인장이 LG전자를 택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가 LG전자로 직장을 옮길 때 주변 사람들은 당시 더 큰 기업을 놔두고 LG전자로 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진취적인 분위기로 꿈꿨던 목표 가운데 이미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당신이 화장할 때나 면도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꿈꿔 보세요. 그러면 하루가 정말 행복해집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