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음악 ★★★★☆ 대본 ★★★☆ 무대★★★★
가부장-봉건질서에 맞서는
근대적 자아로 그려내
초호화 캐스팅-풍성한 음악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빈약
클래식 작곡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를 반항적인 록스타로 형상화한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한국어 공연. 사진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연출 유희성)는 그렇게 환상적인 무대연출로 시작한다. 하지만 18세기 유럽 전역에서 서커스 같은 공연을 펼치던 신동의 활약은 거기서 멈춘다. 다음 장부터 성인으로 등장하는 모차르트(임태경)는 클래식음악을 완성한 대작곡가도 아니고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묘사된 철없고 경박한 멍청이도 아니다. 그는 깜짝 관심을 받고 소비되는 신동이 아니라 음악사를 바꿀 천재가 되기 위해 시대와 투쟁하는 반항아다. 아니 혁명아다.
해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차르트는 이에 맞서 열혈 로커처럼 노래한다.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나는 포르테 나는 피아노 춤과 환타지/나는 난 음악.”
뮤지컬은 그렇게 모차르트를 영혼의 자유를 꿈꾼 근대적 자아로 그려낸다. 그는 후반부에 짧게 등장하는 프랑스혁명의 전조(前兆)다. 모차르트는 프랑스혁명 발발 2년여 뒤에 숨을 거뒀다. 제목에서 모차르트의 이름 뒤에 느낌표가 들어가는 이유다.
이 뮤지컬의 매력은 그러나 이런 갈등구조의 뼈대보다 그것을 채우는 속살에 있다. ‘모차르트의 여인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노래다. 모차르트에게 꿈을 이루기 위해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충고하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신영숙)의 노래 ‘황금별’은 고결하다.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음에도 동생을 하염없이 사랑한 누나 난넬(배해선)의 노래 ‘왕자는 떠났네’는 애절하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정선아)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는 강렬하다.
주연급 뮤지컬 배우 10여 명이 투입된 초호화 캐스팅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배역의 다양한 사연과 절창이 이어진다. 이런 다성(多聲)적 구조는 확실히 음악적으로 풍성한 뮤지컬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빈약해졌다. 모차르트가 왜 특별한가에 주력하느라 그가 왜 파멸했는가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 단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꼬마 분신 아마데(김효준)가 모차르트의 피를 잉크삼아 작곡을 하다 끝내 펜으로 심장을 찌른다는 상징적 표현에 머물고 말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동아일보 권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