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이도메네오’연주 ★★★★☆ 무대 ★★★★바로크 양식 색다른 무대‘색종이 피날레’는 어색
국립오페라단이 21∼24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이도메네오’는 바로크 문화유산인 오페라 세리아의 장점을 충분히 부각시켰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이도메네오’는 모차르트의 다른 인기작과 달리 ‘오페라 세리아’다. 오페라 세리아란 구시대인 바로크의 유산으로서 정형화된 신화적 줄거리를 명가수들의 끊임없는 노래에 의존하여 풀어간 양식이다. ‘이도메네오’ 역시 줄줄이 이어지는 아리아의 연속이어서 드라마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카스트라토가 판을 치던 당대의 관행 대신 테너(이도메네오)와 소프라노(일리아)를 전면에 내세우고 세리아에서 경시되던 합창을 강조하는 등 나름대로 극적인 약점을 보완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비운의 걸작을 새해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세리아의 미덕을 한껏 부각시키고 약점을 잘 메운 일대 호연이었다. 우선 음악적 완성도가 높았다. 오랜만에 국내 오페라 지휘를 맡은 정명훈은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가수들과의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듯 자신의 의도대로 템포와 강약의 변화를 충분히 구사하면서도 가수들의 호흡과 흐트러지는 순간이 없었다. 서울시향의 정연하고 부드러운 음향 또한 세리아의 고전적 품격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가수 중에서는 김재형(이도메네오)과 임선혜(일리아)가 노래 실력뿐 아니라 모든 악구와 가사의 의미를 정교하게 뽑아내는 가창으로 세계적인 수준을 뽐냈다.
이소영 예술감독이 연출한 무대는 거의 영상과 조명으로 상황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었는데, 더 고전적 연출을 원하는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세계 일류 극장들에서 통용되는 트렌드이니 우리 관객도 경험할 필요가 있다. 크레타라는 배경을 살린 바다 이미지와 신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의상,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연기, 극과 밀착된 무용 등은 일급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 단 엄청난 양의 색종이를 뿌려댄 피날레는 축제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지만 세련된 연출 콘셉트의 일관성이라는 측면, 세리아의 해피엔딩 전통이 일종의 난센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뚱맞은 면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도전에 이제는 관객이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