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두展의 아이들“자연재해-분쟁 반복되는 땅고통 가장 큰 존재는 아이들이들 보살필 책임은 누구에”
《콩깍지 속 삼형제 같다. 담요 틈새로 얼굴만 겨우 드러낸 아기들. 콩고의 한 보육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고 안쓰럽다. 차밭에서 일하는 아이의 환한 미소, 카메라를 응시하는 르완다 난민 소녀의 당당한 표정도 인상적이다. 기아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들을 부여안은 아버지, 총알 밥이 되지 않기 위해 밤새워 끝없는 길을 타박타박 걸어 난민 캠프에 도착한 가족들. 그들 앞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까. 의자가 없어 각자 걸터앉을 것을 챙겨들고 등교하는 앙골라의 초등학생들. 턱없이 작은 의자에 불편하게 앉아 공부하는 아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아이티의 지진참사 소식을 접하면서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아프리카’전에서 만난 아이들이 떠오른다. 열강의 침탈, 자연재해와 분쟁, 독재와 쿠데타가 반복되는 땅. 그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존재는 바로 어린이들. 살가두 씨가 기록한 아프리카 사진첩은 아이티의 비극과 오롯이 겹쳐지며 더 큰 울림을 남긴다. 가혹한 현실에 팽개쳐진 아이를 보살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 동정이 아니라 공감으로
“이것은 초상사진의 정수이다.”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아프리카’전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얼굴에 지금 아이티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겹쳐진다. 콩깍지 속 형제들처럼 담요 사이로 얼굴만 드러낸 보육원의 아기들(위), 기아로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아들을 부여안은 아버지(가운데), 차밭에서 일하는 아이의 환한 미소. 아프리카의 눈물에 아이티의 눈물이 어려 있다. 사진 제공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제3세계에서 촬영을 시작할 때면 태어나서 카메라를 처음 본 아이들이 사진가를 쫓아다닌다. 그때 그는 말한다. “지금 촬영하는 일만 끝나면 너희도 찍어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아이들은 잽싸게 뛰어가 제일 근사한 옷과 장식으로 치장하고 다시 나타난다. 절대빈곤에 시달려도, 부모를 잃은 고아라도 사진 찍히는 순간만큼은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 마음. 살가두는 잘 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은 돈과 지위가 있든 없든 누구나 존엄한 인격을 가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살가두의 아이들 사진은 모두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전시 기획자 고은정 씨)
○ 아이티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타인에 대해 열려 있고 타인을 위해 고통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진정한 의미의 주체다.’(에마뉘엘 레비나스)
“지금 고통 받는 세계의 아이들과 슬픔을 나누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전시다.”(심규선 전시팀장)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동반을 권한다. 글로벌 인재는 어학과 해외여행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마음자리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사진전을 보고 감상을 글로 표현하는 초중고교생 대상 PIE(Photography in Education) 행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설날 당일만 휴관). 1577-7766, www.salgado.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