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나는 걷는다…’ 펴낸 달라이 라마 제자 청전 스님
가톨릭 신학교 다니다 출가
10년 동안 전국 선방 수행
1987년 티베트불교 접하며
근원적인 의문에 해답 찾아
20년 넘게 티베트불교를 접한 청전 스님은 “한국 불교가 민중에 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병선 기자
“이보시오! 스님한테 이렇게 기대면 안 돼요.”
“스님, 외롭지 않으세요.”
너무 놀란 스님은 운전사에게 소리쳤다.
“스톱.”
버스에서 내려보니 허허벌판이었다.
대건신학대(현 광주가톨릭대)를 다니다 1977년 출가해 현재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들으며 인도 서북부 다람살라에서 정진하는 청전 스님(57). 그가 최근 자서전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휴 출판사)를 냈다. 스님은 1987년 다람살라로 간 이래 가끔 달라이 라마를 만나 법어를 듣는다.
스님은 이 책에 어린 시절부터 신학대를 다니다 출가한 과정, 달라이 라마를 만나러 가게 된 이유, 인도에서의 수행 등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입국해 강연과 법회로 바쁜 스님을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났다.
스님에게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통해 얻은 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 종교는 민중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신학공부를 하면서도 신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었죠. 인간의 불평등에 대한 원초적 질문이 있었어요. 깨달음을 강조하는 한국불교와 달리 자비행을 역설하는 티베트불교에 귀의하면서 민중 속에 답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가톨릭에서는 현재와 미래만을 이야기하는데, 전생이 지금의 나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니 신앙이 송두리째 흔들렸죠.”
1980년대 말 달라이 라마(왼쪽)와 함께한 청전 스님.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도 다람살라에서의 생활은 단조롭다. 오전 4시에 일어나 1시간 동안 명상하고 경전을 읽고 미숫가루와 비슷한 ‘참파’로 아침식사를 한다. 낮에는 그의 신앙의 대상인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저는 거기서 의사로 통합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소화제 등으로 사람들을 치료했죠. 그 뒤 기공 수련을 배워 사람들의 아픈 곳을 손으로 만져주고 있습니다.”
굴곡 많은 삶을 산 스님이지만 그에게 수행은 아직 진행형이다. “불가에서는 다섯 개의 눈이 있어요. 육체의 눈인 육안, 지혜의 눈인 혜안, 하늘의 눈인 천안, 보살의 눈인 법안,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부처의 눈인 불안. 저는 아직 육안을 가졌을 뿐이죠.”
청전 스님은 3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회를 갖고 2월 5일 출국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