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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ELS의 ‘봄바람’… 박스권 증시에서 다시 스포트라이트

입력 | 2010-01-28 03:00:00

발행규모 8개월 연속 1조 돌파… 조기상환 크게 늘어
수익보장형… 원금보장형… 다양한 새 상품 잇따라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ELS의 인기가 한풀 꺾였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가가 회복되면서 다시 관심권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상승이 예상되면서도 상승폭이 크지 않고 변동성이 있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어느 정도 주가가 하락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ELS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 ELS 시장 다시 기지개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ELS의 발행규모는 602건, 1조977억 원으로 8개월 연속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82% 증가했다. 금융위기로 2008년 11월 947억 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확연한 회복세다. 또 위험 감수 성향이 나타나면서 원금보장형 비중이 감소하고 원금 비보장형 비중이 80% 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기초자산 활용 종목 수도 증가했다. 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투자자들이 다양한 상품에 투자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

최근 ELS 투자성적도 쏠쏠하다. 지난해 주가 상승과 함께 만기 전 중간 평가일에 요건을 채워 조기 상환된 ELS가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발행한 ELS가 90% 이상 조기 상환됐고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지난해 7월 이후 발행한 ELS가 모두 조기 상환됐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ELS 발행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발행건수의 일정한 증가세, 사모 ELS 설정 증가 등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부터 ELS의 발행 규모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철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래량은 점진적 증가세”라며 “주식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어느 정도 제거될 하반기 이후부터는 발행규모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증권사들 다양한 상품 출시

시장이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통해 주가가 떨어져도 손실폭이 줄어들거나 수익까지 낼 수 있는 상품도 등장했다. 기초 종목을 2개 이상 선정하고 그 가운데 높은 성적을 올린 종목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평가하는 상품, 주가가 하락하면 기준을 다시 내려잡는 ‘스텝다운형’ 상품, 도중에 주가가 출렁이는 것과 상관없이 만기일 주가로만 판단하는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조기상환 평가일을 3일로 연장한 신개념 ELS 상품을 출시해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트리플 찬스 부자아빠 ELS 944회’는 3일간의 상환 평가일 동안 순차적으로 관찰해 하루라도 기초 자산의 종가가 모두 조기상환 범위 이상이면 연 20%로 조기상환되도록 했다. 관찰일을 3일로 늘려 평가일 당일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는 위험을 방지했다.

대우증권이 28일까지 판매하는 ‘KOSPI200 하향계단식 조기상환형 유효구간 누적 수익지급형 ELS’는 KOSPI200 지수가 조기상환배리어(만기평가일 직전 6개월 동안은 최초 기준지수의 60%) 이상에 머물러 있는 일수(하루에 약 0.05%)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신한금융투자가 29일까지 판매하는 ‘명품 ELS 1310호’는 KOSPI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만기평가 시 최초기준지수의 100∼120%에 있다면 최대 연 11.0%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원금에다 연 3% 수익을 보장한다.

삼성증권은 청약한도 100억 원인 ‘멀티 스트라이크 ELS’에 123억 원을 모집했다. 올해 ELS 상품 처음으로 청약대금이 초과된 것.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고정된 수익률을 제공하는 일반 ELS 상품과 달리 기초자산의 주가 수준별로 수익률을 차등화해 조기상환 가능성과 수익성을 개선했다.

예를 들어 주가가 최초 가입시점 이상이면 연 23.01%로 조기상환,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최초 주가 대비 95∼100%이면 연 18%, 90∼95%면 연 14.01%, 85∼90%이면 연 8.52% 등으로 차등화했다.



○ 묻지마 투자는 곤란…시장 예측 선행돼야

파생상품의 일종인 ELS는 투자자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고수익에만 눈길을 두지 말고 원금손실 가능성을 고려해 꼼꼼히 챙겨야 한다. 먼저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상승할지 하락할지 흐름을 예측하고 시장변화에 적합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이 하락할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우량 기초자산 위주로 구성됐는지도 따져야 한다.

안병원 삼성증권 상품개발팀 과장은 “ELS에 처음 투자한다면 원금보장형이나 주가지수연계 상품으로 시작한 뒤 종목형으로 투자범위를 확대하고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을 7 대 3 비중으로 안배하거나 매달 일정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