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김모 과장(34)은 요즘 부쩍 화장실 출입이 잦아졌다.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화장실에서 주식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시황은 물론 종목별 차트, 증시 관련 뉴스와 투자정보도 스마트폰으로 받고 매매도 한다. 증권 객장이 손 안에 들어온 셈이다.
김 과장은 "예전에 휴대전화로 주식거래를 해봤지만 요금도 비싸고 정보도 별게 없어 곧 그만뒀다"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시장에 즉각 대응해 투자결정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똑똑한 휴대전화, 증시를 내 손 안으로
하지만 휴대성과 성능, 강력한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다수 선보이고 데이터정액제로 이용료도 싸지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MTS 거래규모는 67조 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현재 2~3%인 MTS 거래비중이 연말에 10%까지 늘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추산이다.
최근 나온 스마트폰은 PC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비해 손색이 없다. 넓은 화면과 편하고 빠른 조회능력을 자랑한다. 국내외 주요 지수와 프로그램매매 동향, 차트 분석, 종목별 맞춤정보, 주요 뉴스까지 제공한다. 대신증권은 선물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서비스까지 갖췄다.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특히 아직 주식매매를 할 수 없는 아이폰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아이폰 전용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인 'KB iplustar'를 공식 개설했다고 27일 밝혔다. 애플의 앱스토어(응용프로그램 온라인상점)에서 무료로 내려받으면 되며 관심종목 시세조회, 트위터 뉴스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금융당국의 보안심의 절차가 남아 있어 아이폰을 통한 직접 주문은 아직 할 수 없다.
SK증권도 "금감원의 애플에 대한 검수가 마무리되는 데로 시세조회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고 계좌조회 및 주식거래 서비스는 공인인증기능을 탑재해 3월 초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4월에는 선물 옵션 기능까지 포함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증권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거래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4월 중 내놓을 예정이며 우리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도 1분기 안에 주식거래가 가능한 아이폰용 MTS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간단한 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바일뱅킹은 등록고객이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는 11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31.6% 증가했다. 모바일뱅킹으로 오간 돈이 하루 평균 2656억원으로 2008년보다 76.2% 급증했다. 이용 건수도 지난해 172만 건으로 전년 보다 62.7% 늘었다. 모바일 뱅킹의 급성장은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증권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MTS가 주식 거래패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HTS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스마트폰 이용으로 투자결정이 빨라지는 등 모바일 거래가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며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 증권사가 치열한 영역다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정보의 흐름도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원철 KB투자증권 상무는 "증권사를 통해 제한적, 수직적으로 전달되던 시장 정보가 수평적 정보교류로 변화할 것"이라며 "이미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무기삼아 투자자들이 트위터로 증권정보를 교환하는 트윗스톡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