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밀경찰’
연극 ‘비밀경찰’. 여배우 두 명이 마분지 평면무대에서 오려진 종이인형처럼 의도된 평면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극단 동
지방마을에 비밀경찰이 암행을 나올 것이란 소문이 퍼지고, 우연히 그 마을을 지나던 사람을 비밀경찰로 오해한 마을관리들은 그 앞에서 온갖 아양과 추태를 벌인다. 러시아 극작가 고골의 ‘검찰관’을 한국적 상황으로 번안한 이 작품은 내용보다 연기 형식의 창의성이 더 돋보인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선풍기만 앞에 두고 깃발처럼 나부끼는 담요를 붙들고 바람 속을 헤쳐 가는 모습이나 그 바람 속에 방패연을 날리느라 애쓰는 모습을 신체의 움직임으로만 표현해낸다. 비밀경찰에 대한 소문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은 줄에 묶인 꼭두각시처럼 몸과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자꾸 옆으로 돌아가는 몸을 다시 돌려놓기를 반복하는 연기로 객석의 웃음을 끌어낸다. 대형 마분지 위에 그린 평면도 위에서 때로는 그림자놀이 속 인물을, 때로는 그림판에 붙어 있는 종이인형을 의도적으로 흉내 낸 평면 연기도 감탄을 자아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