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접점서 울리는 '중용의 소리'드럼-키보드에 풍물장단“동양의 정신 담아낼 것”
‘이스터녹스’ 멤버인 김승진 이석진 장태순 최영진 씨(왼쪽부터)가 2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연습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왼쪽 원 안은 대금 연주자인 박미나 씨. 홍진환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춘분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죠. 동양과 서양의 균형을 찾아보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리더 이석진 씨의 설명이다. “그래도 ‘이스턴’이 들었으니 동쪽에 가깝지 않느냐”고 쿡 찔러보았다. 그는 주저 없이 영화 ‘아바타’의 대사로 받아쳤다. “어느 편도 들지 않아요. 자연의 균형을 지킬 뿐이죠.”
이름의 이국적인 울림만큼이나 이스터녹스는 주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국악퓨전그룹으로 통한다. 2007년 5월 미국대사관 초청공연, 2008년 10월 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 한국대표 참가, 11월 한미 친선의 밤 축하공연….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꾸준히 펼쳐온 콘서트마다 외국인들이 열띤 호응을 보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엔 이스터녹스의 특이한 탄생 배경도 한몫을 했다.
두 사람은 대금주자 박미나 씨, 국악 타악 연주자 최영진 씨 등 20대 연주자 세 사람을 영입해 ‘이스터녹스’를 창립했다. 곧바로 KBS 드라마 ‘황진이’ 제작발표회 축하공연, 몽골 울란바토르 설치예술전 축하공연 등 초청 무대가 이어졌다. 2007년 젱크스 씨가 이라크로 전근하면서 장태순 씨가 드러머를 맡게 됐고 최근 키보드 연주자 김승진 씨가 새 멤버로 참여했다.
드럼과 키보드 소리가 배경에 깔리는 이스터녹스의 음향은 유럽의 밴드를 연상시키지만 곧바로 북과 대금이 끼어들면서 짙은 한국적 요소가 더해진다. 그러나 음향의 ‘동서융합’ 외에 이들 음악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6채, 7채, 화청장단, 우질굿, 좌질굿 같은 전통풍물의 장단이다. 얼핏 발라드와 비슷하게 들리는 곡에도 밑바탕에는 드러머와 장구, 북이 변주하는 풍물장단이 풍요한 전통의 색감을 빚어낸다. 이 씨는 “곡을 쓸 때 장단이 주는 ‘기운’을 의식하면 저절로 선율도 나오고 악기들의 역할 배분도 저절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주선율인 대금을 맡으면서 리드보컬 역할도 담당한 박 씨가 지난해 출산을 하면서 그룹은 잠시 공연활동을 멈췄다. 그러나 지금도 일주일에 두 차례 모여 동해안 별신굿 장단을 연습한다. 서양 악기를 다루는 김 씨와 장 씨가 더 열심이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세상으로 나올 때 이들은 어떤 새로움을 선보일까. 다섯 사람은 “지금까지의 모습이 우리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앞으로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뮤직엑스포(WOMEX)에 도전하는 등 세계무대 진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동아일보 유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