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집합소’ 웹하드 100여곳 난립… ‘필터링’ 시늉만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성인인증 없이도 공유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2006년 ‘김본좌’로 불린 김모 씨(32)는 1만4000여 편의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야동 황제’로 군림했던 김본좌가 처벌을 받았지만 제2, 제3의 김본좌는 계속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본좌’라 불린 정모 씨(27)가 웹하드 3곳에서 3개월 동안 2만6000여 편의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구속됐다.

음란물의 대량 유포는 웹하드가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 100여 곳의 웹하드는 음란물의 온상이 되고 있어 청소년에 대한 악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G웹하드 대표이사 서모 씨(37)에 대해 음란물 유포죄를 처음 적용하는 등 과거에 비해 엄하게 책임을 묻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웹하드 업체가 이용자들의 음란물 유포에 뒷짐을 지고 비켜 서 있거나 적극적으로 유포를 돕기도 했던 것은 음란물이 사라지면 이용자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업체가 검색어 제한이나 다운로드 제한 등 필터링 기능을 설치했지만 간단한 조작으로도 무력화되는 경우가 많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필터링 시스템만 도입한 채 ‘알고도 모르는 체’ 허술한 관리로 이용자들이 무분별하게 음란물을 유포하도록 돕고 있다는 것.

이번에 적발된 업체의 웹하드에는 30만 건이 넘는 음란물이 업로드돼 있었다. 이 중에는 서 씨가 직접 올린 음란물도 있었다. 청소년도 거리낌 없이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성인 인증 프로그램이 빠져 있었다.

웹하드에서 음란물을 찾아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각 업체에서 제공하는 웹하드 서비스에는 대체로 검색 기능이 있다. 일부 웹하드 업체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회원 간 업로드, 다운로드를 활성화시키고 검색어 제한을 느슨하게 만들어 놓기도 한다. G웹하드에는 ‘섹스’나 ‘야동’, ‘애무’ 등 음란물을 찾을 수 있는 기본적인 검색어도 아무런 제한 없이 검색할 수 있었다. 다른 웹하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T웹하드는 ‘섹스’, ‘로리타’, ‘아찔’ 등의 검색어를 금지해 음란물 검색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검색어 패치 프로그램이 공공연히 나돈다. 이 패치 프로그램만 있으면 검색어 제한도 소용이 없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