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은 ‘귀여운 솔직함’ 가진 예술가”
29일 서울시립미술관의 앤디 워홀 특별전을 찾은 박찬욱(오른쪽) 이경미 감독이 ‘잉그리드 버그먼’을 살펴보고 있다. 박 감독은 “워홀의 여배우 초상화 중에는 이지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잘 살린 ‘제인 폰다’를 좋아한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앤디 워홀이 특별한 것은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대중스타가 되려고 했다는 것 아닐까요. 저와는 크게 다른 점입니다.”
괴짜가 괴짜를 만났다. 2009년 ‘박쥐’로 프랑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47)은 흡혈귀가 된 성직자, 불법 사설감옥 등 기괴한 주제와 이미지로 잘 알려진 감독이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 ‘시대를 초월한 팝 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 특별전을 관람하러 온 박 감독은 “자신의 이름값이 작품 판매에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보다 스타가 되고픈 개인적 욕망이 앞섰던 것 같다”며 “워홀은 ‘귀여운 솔직함’을 가졌던 천재 예술가”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건축과 교수이자 아마추어 미술가였던 아버지(박돈서 전 아주대 공대 학장)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에 자주 드나들었다. 사춘기 때는 독일 화가 막스 에른스트 등의 초현실주의 미술에 푹 빠졌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최민식)가 15년 동안 갇혔던 방에 걸려 있던 괴기스러운 예수 초상화는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제임스 엔소르가 그린 ‘슬퍼하는 남자’다.
이날 박 감독과 동행한 후배인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37)은 “책을 통해 ‘캠벨 수프 깡통’ 등 몇몇 작품을 접하고 ‘워홀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와서 실물을 보니 여느 평범한 사람의 것과 다른 경이로운 파워가 느껴진다”고 했다.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은 4월 4일까지 열린다.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000원. 02-548-8690, www.warhol.co.kr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윤정 인턴기자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3학년